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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LPGA 투어 고진영 열풍의 이유

양준호 문화레저부 차장





과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은 그렇게 환영받는 부류는 아니었다. 얼마 안 가 철퇴를 맞기는 했지만 LPGA 투어는 지난 2008년 영어 사용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영어 구술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2년간 대회 출전자격을 정지할 것이라는 시행안과 함께였다.

이 정책은 아시아 선수, 그중에서도 한국 선수들을 겨냥한 정책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한 시즌 대회 일정의 4분의1을 우승하면서 스폰서나 미디어·팬에 대한 서비스는 뒷전인 게 한국 선수들의 대체적인 이미지였다. 끼리끼리 다니며 한국어로만 대화하고 프로암 이벤트 때는 스폰서 응대에 소극적이며 대회장에서 부모 간 언쟁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있었다.

11년이 지난 지금 한국 선수들의 숫자와 우승은 더 많아졌다. 기아자동차·롯데·메디힐 등 대회를 개최하는 한국 기업도 여럿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인식은 11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저명한 골프 교습가 행크 헤이니(미국)는 올해 5월 US 여자오픈을 전망하며 “한국 선수가 우승할 것이다. 이름은 모르겠고 이씨가 많으니 이씨 선수를 꼽겠다”고 했다.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라는 질타가 쏟아지며 헤이니는 진행하던 라디오에서 퇴출됐지만 미 골프계의 밑바닥 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최근 LPGA 투어를 강타하고 있는 고진영 열풍은 의미가 크다. 이달 26일 작성한 72홀 ‘노 보기’ 우승과 한 시즌 메이저대회 2승, 상금·올해의선수·최소타수상 싹쓸이 가능성 등 성적도 성적이지만 무엇보다 투어를 대하는 자세로도 현지 미디어와 투어 관계자, 각국 동료 선수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끝난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에서 목격된 장면은 신선하기까지 했다. 마지막 홀 그린으로 향하던 같은 조의 고진영과 캐나다 선수 브룩 헨더슨은 서로 주인공이라 치켜세우면서 다정한 장면을 연출했다. 지난해 미국 진출 첫해부터 부모와 떨어져 매니저와 단둘이 투어 생활을 하는 고진영은 친한 사이가 된 외국 동료가 꽤 많다. 데뷔 당시는 영어를 거의 못했지만 저녁마다 유튜브로 독학했고 서툰 영어로도 용감하게 동료와 투어 관계자들에게 먼저 다가가면서 호감을 샀기 때문이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영어로 인터뷰하고 종종 농담도 섞는다. 동료 사이 대화나 캐디의 말을 귀담아듣고 그중 몇몇 표현을 기억해뒀다가 인터뷰 등에서 활용한다. 이런 모습을 현지에서는 프로페셔널하다고 칭찬한다.

문득 1년 전 만났던 고진영의 말이 떠오른다. 그는 “아직은 제 진가를 다 못 보여주고 있지만 더 노력해서 외국 동료들 사이에서 좋은 역할을 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서 “식당 테이블에서 저로 인해 분위기가 좋아지는 상상을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해주는 다리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요즘 고진영을 롤모델 삼는 꿈나무들이 많다고 한다. 국제무대에서 존경받는 한국 선수가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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