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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청구야담]조선의 야담집으로 본 '인간 욕망'

■이강옥 옮김, 문학동네 펴냄





조선 후기에 편찬된 작자 미상의 야담집인 ‘청구야담’의 버클리대 소장본이 최초로 완역 출간됐다. ‘계서야담’ ‘동야위집’ 등과 함께 3대 야담집으로 불리며 야담 본연의 모습을 가장 잘 담고 있어 ‘야담집의 정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청구야담’은 조선시대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드러나고, 실현되는지를 보여준다. 이 때문에 우리 민족의 인간 군상과 생활사를 생생하게 간직한 ‘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인간의 들끓는 욕망이 시대를 초월해 비슷한 모습으로 드러나, 욕망은 본능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조선시대는 이전 시대보다 개인의 욕망이 억눌린 것처럼 보이지만 후기로 오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해진다. 조선 사람들 역시 의식주, 결혼, 자식교육, 건강, 돈과 명예, 사랑, 애욕 등에 대한 다양한 욕망을 품었다. 이를테면 죽 한 그릇을 주었던 배 고픈 사람이 알고 보니 용한 풍수가였고, 은혜를 갚기 위해 산소로 쓸 만한 좋은 땅을 점지해줬다는 이야기나 우연히 보물을 발견한 어머니가 자식들이 공부를 하지 않을 것 같아 비밀로 했다가 자식들이 성공한 뒤에야 보물을 팔아 부자가 된 야담 등이 그렇다.

한 가난한 부부의 ‘짠내 나는’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다. 이들은 일단 돈을 벌기 위해 자식 보는 즐거움을 포기하고 10년 동안 매일 죽 한 그릇만 먹고 각방을 쓰며 동침을 하지 않기로 한다. 10년 후 갑부가 되지만 출산을 할 수가 없어 결국 양자를 들이고 친자식처럼 키운다. 조선시대 역시 혼인할 때를 넘긴 딸들은 부모에게 걱정거리이자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야 할 난제였다. ‘암행어사가 처녀들을 중매해 좋은 일을 하다’ 편에서는 암행어사가 혼기를 놓친 한 집안의 딸 다섯을 딱하게 여겨 혼례를 치르도록 도와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외에도 수청 기생에게 넘어가 발가벗은 몸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게 되는 순사 이야기, 남편이 처음으로 한눈을 팔게 된 명기를 직접 찾아가 난리를 치려다 아름다운 모습을 그만 인정하고 남편을 용서한다는 이야기 등을 다채롭게 다룬다. 각 3만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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