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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쇼크'에 규제부터 꺼내…"亞1위 PEF시장 족쇄 우려"

[위기의 사모펀드] <하>'10년만에 최대 위기' 숨죽인 PEF업계

가뜩이나 시장 위축됐는데…PEF 부정적 측면만 부각

정치권선 친족 출자 신고의무화 '조국방지법' 등 발의

출자자 신원 노출땐 투자유인 사라져 부작용 커질수도

"자본시장 '메기' 역할 필요한데 빈대 잡다 다 태울 판"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운용 현황을 전수 조사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습니다. 멀쩡한 사모펀드가 왜 조국 사태의 피해자가 돼야 합니까.”

5일 기자와 만난 한 중견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대표는 “요즘 펀드 하기 참 힘들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일가가 투자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가 PEF시장의 부정적인 측면만 집중 부각시키면서 펀드레이징(투자약정)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상적인 PEF는 경영을 합리화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해 수익을 낸다”며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코링크PE를 둘러싼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하면서 PEF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빅딜’이 사라지면서 투자 약정금액이 급감한 가운데 조국 사태를 계기로 각종 그물망 규제까지 더해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특히 PEF 업계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마저 커지고 있어 관련 시장이 본격 출범한 지 10여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가삼간 태우나…쏟아지는 사모펀드 규제=당장 국회를 중심으로 규제방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은 일명 ‘조국 방지법’을 지난 3일 국회에 제출했다.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PEF의 최소출자금액(3억원)을 기존 약정금액에서 실투자금액으로 바꾸고 친인척 과반이 투자한 PEF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에 미리 신고하도록 했다. 출자금을 다른 투자자(LP)에게 양도할 경우에도 금융위에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모두 조 후보자 가족이 투자과정에서 보여준 ‘꼼수’를 방지하기 위한 규제다. 자유한국당에서도 고위 공직자가 PEF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검토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자자의 신원이 노출될 경우 PEF에 투자할 유인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행동주의 PEF의 경우 출자자 모집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분석된다. 한 다리만 건너면 연결되는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기업을 공격했다는 오명을 쓰면서까지 투자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 가족이 펀드에 출자한다고 해서 그 자체를 문제가 있는 것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며 “펀드나 운용사가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면 그것만 잡아내 처벌하면 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10년 만에 최대 위기…찬바람 부는 PEF 투자 움직임=지난해까지 승승장구하던 PEF에 대한 신규 출자가 올 들어 급감한 것도 위기를 보여주는 징후로 지목된다. 올해 1·4분기 기준 PEF의 신규 자금모집액(출자 약정액 기준)은 1조6,600억원에 그쳐 전년 같은 기간(3조2,70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요 출자자인 기관투자가들이 PEF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였기 때문이다. 올해 인수합병(M&A) 최대어로 꼽혔던 넥슨 매각이 결국 무산된데다 또 다른 대형 매물인 아시아나항공도 PEF의 참여는 제한돼 ‘쓸 만한’ 매물을 찾기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M&A가 위축된 점도 매물이 마른 요인 중 하나다.

이런 가운데 대형 PEF에만 투자금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PEF의 신규 출자약정금액은 총 16조4,000억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40%인 약 6조8,300억원이 출자 약정액 3,000억원 이상인 대형 PEF에 집중됐다. 펀드레이징 양극화 현상이 이어질 경우 지난해 기준 583개에 달한 국내 PEF 중 상당수가 몇 년 내 중도해산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시장발 구조조정 순기능…글로벌 PEF 육성책 내야= IB 업계에서는 조 후보자 사태가 PEF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5월 롯데그룹이 롯데카드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앤컴퍼니를 선정하자 롯데카드 노조가 반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롯데카드 노조는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가 탈세 혐의 등으로 고발된 사실이 있다며 저항에 나섰고 결국 우선협상대상자를 우리은행·MBK파트너스 컨소시엄으로 교체했다.

한 PEF 관계자는 “국내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반(反) PEF 정서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국내 PEF들이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해야 자본시장에서 ‘메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 1위 PEF인 MBK파트너스는 운용자산이 약 19조원으로 세계 1위인 블랙스톤의 10분의1에도 미치지 못한다. PEF가 경영에 나서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측면도 있지만 사업구조를 합리화하고 오너의 전횡과 같은 악습을 끊어내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때문에 긍정 효과가 훨씬 크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국내에서 제2, 제3의 MBK가 더 등장해야 더 큰 성장의 기회가 열린다는 얘기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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