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모를 불황이 이어지면서 식품업계 ‘초저가’ 상식도 깨지고 있다. ‘1+1’, 가격대를 낮춘 ‘2,000원대 햄버거’ 등 기존 할인공식마저 무너지며 ‘2+3’ ‘1,000원대 햄버거’ 등 초저가 상식에 더 파격을 준 상품만이 소비자의 지갑을 열고 있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외식업계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들고 나온 초저가 카드인 ‘노브랜드버거’가 1,000원대 햄버거를 앞세워 많게는 하루 2,000개 이상 판매되며 햄버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5,000원대 와인을 필두로 이마트 상시 국민가격을 선언한 이래 1,000원대 햄버거는 신세계푸드 판 ‘국민가격 1호’라는 게 내부의 평가다.
불황이 덮친 외식업 위기에서 노브랜드버거의 경쟁력은 가격이다. 시중에 판매 중인 햄버거에 비해 20% 두꺼운 패티를 사용하는 동시에 가격은 단품 1,900~5,300원, 세트(햄버거·감자튀김·음료) 3,900~6,900원으로 기존 햄버거 브랜드 유사 메뉴에 비해 가격이 1,000~2,000원 정도 저렴하다. 1호점인 홍대점은 점심과 저녁 시간 메뉴 구입에만 20~30분이 걸릴 정도로 많은 젊은 층 고객이 방문해 평일 약 1,500개, 주말 약 2,000개의 햄버거가 판매된다. 패스트푸드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경우 하루 1,000개가 판매되면 ‘특A급’ 매장으로 분류하는 것을 고려하면 불황 인기상품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1호점은 2주간 햄버거 누적 판매량이 2만개를 넘어섰다.
노브랜드버거는 서울 마포구 홍대에 1호점을 낸 데 이어 스타필드시티부천, 서울 중화역점에 3호점을 선보였고 이달 말 서울 코엑스에 4호점 개설을 앞두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향후 노브랜드버거의 직영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가맹사업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24는 ‘민생 시리즈’로 편의점에 초저가 시리즈를 들고 나왔다. 민생라면은 지난 2월부터 1봉지당 550원에서 390원으로 가격을 인하한 후 3주 만에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하며 봉지면 카테고리 내 판매수량으로 신라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봉지당 가격이 일반 봉지라면 판매가 대비 50% 이상 저렴하다. 김 카테고리 매출 1위인 민생도시락김 역시 1봉에 200원으로 일반 조미김이 1봉에 500원 선인 것에 비하면 50%가량 싸다. 기존 삼각김밥 대비 30% 저렴한 700원 햄참치마요 삼각김밥 역시 올 6월 출시 직후부터 삼각김밥 카테고리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2+3 바나나’는 할인의 정석 ‘1+1’ 공식을 파괴했다. ‘2+3 바나나’는 2입 가격 수준인 1,550원에 5개를 한 묶음으로 구성, 1개당 310원에 해당하는 초특가 상품이다. 이는 기존 1입(800원) 바나나 대비 1개당 60% 이상 저렴하다. 매출금액과 판매수량 모두 과일 카테고리 내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외식업계에서도 초저가는 생기 잃은 브랜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한때 부침을 겪었던 미스터피자는 지난해 6월 서초점을 시작으로 ‘9,900원 피자뷔페’로 변신하면서 도입 매장은 첫 달 매출이 100% 이상 성장하고 있다. 냉동피자 대비 비싼 가격으로 피자 점포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스터피자는 고심 끝에 뷔페 시스템 결정을 내렸다. 1인 주중 9,900~1만900원의 가격으로 피자 3종, 샐러드바는 물론 탕수육과 순살치킨 등 뷔페 인기메뉴를 함께 누릴 수 있어 가격부담을 낮춘 것이 인기요인이다. 전국 주요 점포 매출을 보면 포항대이점은 뷔페로 전향 후 5월 118%, 6월 107%, 창원상남점은 5월 97%, 6월 75%로 높은 성장세를 쓰고 있다.
상식을 깬 초저가 전쟁은 끝날 줄 모르는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기존 할인공식마저 깨야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여력이 줄어들면서 금전적인 부분에서 초저가뿐만 아니라 상식을 깨며 소비자의 관심을 환기하는 전략이 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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