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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성역화'에 막힌 경제…'年 3만 고용' 38년 숙원 물거품

■ 규제에 설악산 케이블카 좌초
10여개 법안 중구난방 얽혀 발목
소관부처도 제각각…사업동력 잃어
환경부 "대안 사업 발굴" 입장에도
"침체된 지역경제는 날벼락" 지적
양양군, 행정소송·형사고발 검토

  • 나윤석 기자
  • 2019-09-16 17:34:22
  • 정책·세금
'환경 성역화'에 막힌 경제…'年 3만 고용' 38년 숙원 물거품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환경부의 결정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6일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백지화 결정을 내린 것을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해묵은 환경 규제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을 좌초시킨 사례”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겉으로는 관광·레저를 포함하는 서비스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포부를 내세우면서도 실상은 환경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결국 시간과 예산만 허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원도 양양군이 추진해온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는 양양군 서면 오색 약수터와 남설악 지역 끝청봉 하단까지 3.5㎞ 구간을 삭도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지난 1982년 강원도가 처음 정부에 요청했다가 불허 통보를 받은 이 사업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6월 다시 논의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설악산 케이블카 허가와 관련해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한 정책’를 정부에 건의하면서다. 그해 9월 기획재정부·환경부·국토해양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태스크포스(TF)가 출범하고 2015년 8월 국립공원위원회가 오색 케이블카 시범사업안을 승인하면서 관련 사업이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이 2016년 11월 동·식물 현황 조사, 멸종위기 야생동물 보호 대책 등과 관련해 양양군에 환경영향평가서 보완을 요구하면서 지금까지 중단됐었다. 양양군은 2년 6개월이 넘는 보완 과정을 올해 5월 16일 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제출했다. 이후 최종 결정에 앞서 운영된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 논의와 전문기관 검토에서 ‘부정적’ 의견이 많이 도출되면서 오색 케이블카 사업은 결국 ‘없던 일’이 됐다. 강원도의 30년 숙원 사업인 오색 케이블카는 연간 3만여 명의 고용 효과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속초·고성·강릉·인제 등 인근 지역에도 막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환경 성역화'에 막힌 경제…'年 3만 고용' 38년 숙원 물거품
설악산 오색지구와 끝청 사이에 설치할 계획이었던 오색 케이블카 조감도.

원주지방환경청은 2016년 8월 이미 구성된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를 찬반 측 추천위원 2명을 추가해 재구성하고 7차례에 걸쳐 주요 쟁점을 논의한 결과 외부 위원 12명의 의견이 ‘부동의’(4명), ‘보완 미흡’(4명), ‘조건부 동의’(4명) 등으로 엇갈렸다. 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국립생태원 등 전문 검토기관과 분야별 전문가의 검토 결과 사업을 시행했을 때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지 단편화 △보전 가치가 높은 식생의 훼손 △백두대간 핵심구역의 과도한 지형 변화 등 환경 영향을 우려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짧게는 4년, 길게는 38년 동안 논쟁을 이어온 오색 케이블카 사업이 무산되면서 환경부는 “관계부처·강원도·양양군 등과 긴밀히 협의해 지역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환경 성역화'에 막힌 경제…'年 3만 고용' 38년 숙원 물거품

이 같은 대안 제시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철 지난 환경 논리로 무장한 ‘규제 공화국’이 국내를 대표하는 여행지의 관광 활성화 사업을 발목 잡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자연공원법·문화재보호법·산림보호법·궤도운송법 등 10개가 넘는 규제 법안이 여러 개의 소관 부처에 중구난방으로 얽히면서 사업의 추진력을 상실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대희 광운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안 사업 발굴이라는 것은 당장의 지역민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며 “침체한 지역 경제에는 날벼락 같은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졸지에 새로운 관광 먹거리를 잃은 양양군도 전 ‘정부(前)가 추진한 환경 적폐로 내몰리면서 부당한 처분을 받았다’며 강력 반발했다. 양양군은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오색 케이블카는 행정적·사법적으로 정당성을 확보한 사업”이라며 “시범사업으로 승인한 환경부가 이제 와서 ‘부동의’ 결정을 내린 것은 불법적 행정처분”이라고 비판했다. 양양군은 행정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물론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비롯한 환경정책평가연구원·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들을 형사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세종=나윤석·정순구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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