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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기업은 정부서 개별허가 받아야...'팃포탯' 맞대응

정부는 일본이 꺼내든 수출 규제를 그대로 맞받아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일본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자 각각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화이트 리스트 배제로 대응하는 형국이다. 정부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으로 대응하는 배경엔 강제징용 관련 무역공세를 통해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려는 일본의 행태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원칙론이 자리하고 있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일종의 팃포탯(tit for tat) 전략이다.

다만 정부는 일본의 조치에 맞대응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도 특정 기업을 통해 전처럼 수출할 수 있는 길은 일부 열어뒀다. 일본의 의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내면서도 사태 수습을 위한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17일 밝힌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 개정안은 앞서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조치와 여러모로 닮아있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일본으로 전략물자를 수출하는 기업은 원칙적으로 포괄허가를 받을 수 없고 정부로부터 개별 허가를 따내야 한다. 아울러 신청서류가 기존 3종(수출허가 신청서, 판정서, 영업증명서)에서 최종수하인 진술서와 최종사용자 서약서를 더해 5종으로 늘어난다. 한국의 전략물자 품목은 민감품목 597개, 비민감품목 1,138개 등 모두 1,735개이다.

다만 자율준수무역거래자(CP 기업) 통한 수출의 경우에는 일본처럼 정부도 포괄허가제를 인정해준다. 구체적으로 CP기업 중 AAA등급은 5일 이내, AA등급은 10일 이내 처리 기간이 적용된다. A등급은 15일 이내가 원칙이나 국제수출통제체제 가입으로 수출할 때는 10일 이내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일본으로 수출하는 기업이라도 CP 기업이라면 어떤 등급이든 10일 이내 수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일본으로 수출하는 기업의 피해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부가 일본에 전략물자를 수출하는 국내 기업은 100개 미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업종별로는 네트워크 보안 장비, 반도체 재료 장비, 반도체 광학 소재, 화학제품, 섬유화학제품 등의 대일 전략물자 수출 비중이 크다. 이호현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그동안 CP기업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많이 해왔다”며 “앞으로 AAA등급 기업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필요하다면 제도 개선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은 한국에서 범용재를 주로 수입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수출통제에 나선다고 해도 얼마든지 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화이트 리스트 배제로 인한 실효성은 크지 않은 데 부담은 적잖다. 한국이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는 자유무역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WTO에 제소한 상황에서 역으로 일본에 대한 수출 규정을 강화하는 것은 한국의 논리를 약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이 한국을 WTO에 맞제소할 빌미를 제공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번 조치를 시행한 것은 ‘강제 징용 판결에 개입할 수 없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 통상 전문가는 “일본이 잇달아 수출 규제를 내놓는 의도는 강제 징용 판결을 자신들 입맛대로 고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수출 규제 맞대응을 통해 우리 정부의 원칙을 알리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 있을 수 있는 일본과의 대화를 고려해 일본을 향한 압박 수위 조절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앞서 한국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일본이 지소미아 종료에 민감해 하는 만큼 종료 시점인 11월 이전에 양국 간 대화의 공간이 열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특히 다음달에는 일왕 즉위식이 예고돼있는 만큼 양국 간 대화가 한층 수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왕 즉위식은 각국 정상급 인사들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양자회담을 갖는 것보다 부담이 덜할 것”이라며 “일본의 국가적인 잔칫날인 만큼 우리가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인다면 해빙 무드가 조성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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