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기보다는 누구라도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안전한 공모 상장 리츠(부동산투자회사·REITs)를 만들어 운용하려고 합니다.”
서철수 NH리츠운용 대표는 회사 출범 1년여 만에 ‘마수걸이’ 공모 리츠 상품을 내놓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해 7월 NH금융지주가 설립한 NH리츠운용의 대표로 취임한 후 직원 채용, 조직 구성 등의 내부 정비와 동시에 ‘첫 작품’을 내놓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그동안 기관투자가 대상의 사모 리츠 상품을 내놓기도 했지만 리츠 본연의 취지에 맞게 다수의 개인투자자들에게 자산증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공모 상장 리츠를 오는 11월 본격적으로 선보인다.
서 대표는 “신한알파리츠가 좋은 시작을 하면서 리츠에 대해 알려졌지만 여전히 아는 사람만 아는 수준”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이 리츠를 통해 좋은 상업용 부동산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올해와 내년 앵커리츠를 선보일 것”이라고 향후 시장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서울 시내 알짜 빌딩 담은 최초 재간접 공모리츠 출시=서 대표가 야심 차게 준비 중인 리츠는 서울의 알짜 빌딩 4개의 지분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서울스퀘어와 삼성물산 서초사옥, 강남N타워, 잠실SDS타워 등 서울 시내와 강남권 요지의 4개 프라임 빌딩 각각의 지분 약 10%를 묶은 리츠다. 그래서 이름도 ‘NH프라임리츠’로 지었다. 특히 이들 빌딩에 각각 투자된 리츠나 펀드의 지분을 조금씩 담아 다시 투자하는 ‘재간접 리츠’라는 점이 기존 리츠와는 다르다. 공모 상장 리츠 중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재간접 리츠다. 그만큼 분산 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서 대표는 “현재 이 빌딩들의 공실률은 3% 이하로 임대가 상당히 잘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리츠의 배당수익률도 현 기준으로 5% 중반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빌딩을 매각하게 되면 배당 수익 외에 시세차익도 볼 수 있다고 기대했다.
공모 규모는 약 1,000억원대다. 재간접 리츠가 다른 리츠나 펀드에 10% 이상 투자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당초 계획보다는 규모가 작아졌다. 대신 앞으로 프라임급 자산을 지속적으로 리츠에 담으면서 몸집을 키워나갈 방침이다. 서 대표는 “오피스 빌딩 외에도 호텔이나 상업시설 등 우량한 자산이면서 5%대 배당수익을 낼 수 있으면 리츠의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로 사들일 것”이라며 “나이 드신 고모님·이모님들도 믿고 가입할 수 있는, 수익률보다는 안정성 위주의 핵심자산만 편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실물 부동산 등을 담을 리츠 설립에도 관심을 표명했다. 서 대표는 “해외 자산을 담은 공모 리츠가 아직 시장에 나와 있지 않은데 유럽 자산을 담은 리츠를 검토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실물자산을 담은 또 하나의 앵커리츠 출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투자할 만한 부동산을 선별하고 사업구조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로 내년 말 상장이 목표다.
◇“오피스텔 대신 리츠 투자하는 시대 왔다”=최근에는 중위험 중수익의 수입을 꾸준히 제공하는 투자 상품에 대한 갈증이 많다.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상품(DLS), 그리고 오피스텔 등에 투자 수요가 쏠리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 불완전판매 사태 등에서 보듯 투자 수익에 비해 위험이 높은 편이다.
서 대표는 “세금 등을 고려한 오피스텔 수익률이 4%를 밑돌고 임대차 관리로 인해 신경 쓸 사항이 많은데도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은 예금이자 이상의 수익을 주는 마땅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리츠 투자시 5,000만원까지 저리(9%)의 분리과세 혜택을 주는 정책이 최근 나온데다 좋은 리츠 상품이 잇따라 나오면서 이제는 오피스텔 대신 리츠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게다가 DLS 사태 역시 공모 리츠에 대한 관심을 북돋는 요인이 됐다.
그러나 리츠 역시 위험이 없는 것이 아니다. 서 대표는 “리츠도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 대체투자 상품”이라며 “투자자들은 리츠가 담고 있는 기초자산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운용관리의 주체가 누구인지, 임차인은 누구인지 등을 살펴서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운용사가 제시하는 배당수익률도 예상 수익률일 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건물 매각 시점에서 건물가격 하락은 원금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자산버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서 대표는 “글로벌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증가로 국내외를 가릴 것 없이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올랐다”며 “그럼에도 국내에도 상업용 부동산 시장 질서가 잡히면서 거품이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실패하지 않는 리츠투자’ 인식 심고 싶다”=서 대표는 무엇보다 리스크 관리에 신경을 쓴다. 너무 높은 가격에 부동산을 매입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서 대표는 “서울에서 매물이 나올 때마다 입찰에 들어갔지만 번번이 2등으로 떨어졌다”며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수익률에 맞춰 매입가를 책정하다 보니 최고가를 써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입찰에 떨어질지언정 과도한 가격을 주고는 사지 않을 방침이다. 앞으로는 공개입찰보다는 수의계약으로 부동산을 사들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서 대표는 자신의 주전공 분야가 인프라 시설인 만큼 장기적으로 ‘인프라 리츠’도 실현시켜 공모 리츠 시장 다변화에 일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사회간접자본(SOC)은 수익성은 일반 상업용 부동산에 비해 떨어질 수 있지만 장기국채처럼 안정적인 자산”이라며 “인프라 자산에 투자하는 리츠를 만들어 ‘리츠 투자는 실패하지 않는다’는 신뢰를 국민에게 심어줘야 국내에서도 공모 리츠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고 말했다.
He is...△1966년 대구 △1993년 한양대 회계학과 졸업 △2010년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졸업 △1993년 KDB산업은행 자금부, PF실 △2006년 한국투자신탁운용 SOC운용본부장 △2007년 한국투자신탁운용 실물자산운용본부장 △2012년 한국투자신탁운용 대체투자부문 CIO △2018년 NH농협리츠운용 대표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사진=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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