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이동통신망 사업자(MVNO·알뜰폰) 이용 요금이 더 저렴해지고 해외로밍도 편리해진다. 5세대(5G) 요금제가 출시돼 선택 폭도 넓어진다. 가입자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는 알뜰폰 업계의 부담이 한결 줄었지만 산업 전반을 활성화할 근본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5일 이 같은 ‘알뜰폰 활성화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알뜰폰이 저렴한 요금제를 만들 수 있는 원천인 도매대가는 대폭 낮아진다. 알뜰폰 사업자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망을 빌려 쓰기 때문에 얼마를 주고 망을 사용하는지가 요금제를 좌우한다. 내년 데이터 요금은 전년 대비 19.2%(0.7원) 내린 메가바이트(MB)당 2.95원, 음성요금은 17.8%(3.98원) 낮아진 분당 18.43원으로 책정됐다. 단문메시지는 건당 6.10원에서 6.03원으로 소폭 인하됐다. 지난해 데이터와 음성 요금 인하율이 각각 19.1%, 15.1%였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더 큰 폭으로 내린 셈이다.
알뜰폰 업계가 꾸준히 요구해 온 요금제 다양화도 이뤄졌다. SK텔레콤의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인 ‘T플랜’이 100기가바이트(GB) 구간까지 알뜰폰 사업자에게 새로 도매로 제공 된다. 도매대가는 1.5GB 43%, 2.5GB 47.5%, 4GB 52.5%, 100GB 62.5%다. 최저 3만3,000원에 1.5GB를 제공하는 T플랜 요금제는 25% 선택약정 적용 시 월 이용료가 2만4,750원까지 낮아져 알뜰폰의 장점인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알뜰폰업계는 T플랜 요금제를 43~62.5%에 들여와 이용자들에게 일정 이윤을 붙여 재판매하는 만큼 가성비(가격대비 성능) 높은 상품군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연내 알뜰폰 5G 상품도 나온다. 첫 5G 알뜰폰은 다음 달 신규사업자로 나서는 KB국민은행이 내놓는다. 통신과 금융을 연계한 특화상품 출시가 예상된다. 다만 5G는 가장 요금대가 비싸고 단말기 가격도 100만원 대 이상이 대부분인 만큼 알뜰폰 5G 가입자 수는 폭발적으로 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알뜰폰이 이통3사의 최신 로밍요금제를 재판매할 수 있도록 해 이용자들의 해외 이용도 편리해진다.
정부는 알뜰폰 사업자의 원가부담을 낮추기 위해 전파법 시행령을 개정해 전파사용료 면제 기한을 내년까지 1년 연장했다. 도매제공 의무제도의 유효기간을 2022년 9월 22일까지 3년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알뜰폰 산업이 눈에 띄게 쇠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뜰폰 가입자는 지난 2월 첫 감소 전환한 뒤 4월 810만2,482명으로 정점을 찍고 7월말 기준 806만6,747명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또 지난해 기준 11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는 이번 대책이 알뜰폰 업계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수익성을 강화해 생존력을 높이는 한편 이용자 편익도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근본대책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협상만으로 도매대가를 정하는 방식을 벗어나 실제 망 사용 원가부터 공개해야 한다”며 “국민 통신비 절감이라는 본래 기능이 작동하려면 근본적인 제도 수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