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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규제 청문회'를 개최하자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에셋플러스 강방천 회장




한국 주식시장이 위기다. 미국 주식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가까운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주식시장과 비교해봐도 실망감이 크다. 나는 한국 주식과 중국 주식, 글로벌 주식을 10여년 이상 동시에 투자해왔다. 전 세계 주식시장에 투자하다 보니 그 위기감을 더 느낀다.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마치 황무지에서 농사짓는 느낌이다. 아무리 부지런한 농부라도 척박한 땅에서는 알찬 열매를 기대하기 어렵다. 옥토에서 농사짓는 게으른 농부보다 못할 수 있다.

농사가 잘되려면 토양이 좋아야 하듯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주식시장의 토양은 그곳에서 거래되는 기업들이 결정한다. 위대한 기업들이 많으면 주식시장은 옥토가 된다. 글로벌 주식시장을 들여다보면 위대한 기업들이 너무나도 많다. 씨만 뿌려도 무럭무럭 자라나는 기름진 땅이다. 아쉽게도 한국 주식시장은 그렇지 못하다. 혁신을 주도하는 역동적인 기업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역동성이라는 힘찬 날개가 꺾이면 그 끝은 추락이다. 혁신이 사라진 한국 기업들의 미래가 걱정스럽다.

혁신이 왜 사라지고 있을까. 나는 규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신문기사를 보다가 나의 눈길을 끈 두 기사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지면 양쪽에 크게 실려 동시에 볼 수 있었다. 내용은 다르지만, 규제에 대한 기업인들의 하소연이었다. 그중 하나는 규제 때문에 금융업 진출을 포기할 것이라는 핀테크 혁신기업 대표의 기사였고, 다른 하나는 법과 제도로 손발이 묶인 기업들을 풀어달라는 한 경제단체장 회장의 기사였다. 그 회장은 경제가 마치 버려진 자식 같다고까지 자조했다. 기업경영자들이 낙담하고 의지가 꺾인다면 한국 기업의 혁신은 기대하기 어렵다. 과감한 규제개혁이 절실하다.



규제개혁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 될 수 있다. 그 단적인 사례가 카카오뱅크라고 생각한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인터넷은행 영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가입자 수 천만명을 넘어섰다. 은행점포 하나 없이 전 국민의 20%가 인터넷은행 계좌를 갖게 됐다. 서비스 만족도도 높다고 한다. 혁신을 시도한 기업도 대단하지만, 그 혁신을 맞이하는 우리 국민들은 더 위대하다. 우리 DNA에는 혁신에 환호하고 그것을 응원하는 혁신 주동의 강한 인자가 있는 것 같다. 이를 증폭시키기 위해서는 걸림돌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제거해야 한다. 규제개혁에 대한 지혜가 필요한 때다.

나는 국회가 규제개혁의 핵심 주동자가 되기를 제안한다. 국회는 규제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 대신 규제 혁파를 위한 청문회를 열기 바란다. 그곳에서 규제기관과 규제를 받는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고 치열한 토론을 해보자. 만약 규제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그 규제는 사라지게 하자. 반대로 꼭 필요한 규제라고 인정되면 기업들은 받아들이면 된다. 기업으로서는 불확실성이 없어지는 것만으로도 부담을 덜 수가 있다. 합의된 방안에 대해 국회는 열심히 도와주자. 경제 살리기보다 급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규제개혁을 통해 혁신의 DNA를 일깨운다면 한국 기업과 한국 주식시장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혁신의 DNA를 갉아먹는 규제를 과감히 깨뜨리자. 황무지를 기름진 옥토로 만들 수 있는 가장 값싼 투자는 바로 규제개혁이란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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