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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로 쓴 '러 팔도도시락 신화'

98년 러시아 재정난에도 철수않고

마요네즈·용기안 포크로 현지화

누적 판매 55억개 눈앞...부동의 1위

홍남기 부총리 모스크바 공장찾아

"현지화로 K푸드 성공" 언급도

러시아의 한 마트 매장에서 현지인이 팔도 도시락을 고르고 있다./사진제공=팔도




러시아 고객들이 팔도 도시락을 시식하고 있다./사진제공=팔도




#러시아에선 ‘팔도 도시락’이 종종 컵라면을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한때 한국에서도 MSG 조미료를 ‘미원’, 미용 티슈를 ‘크리넥스’로 불렀던 것처럼 말이다. 러시아에서 ‘도시락’은 용기라면 시장의 60%를 넘게 차지하고 있다. 도시락이란 상품명이 보통명사화했을 정도로 사랑받는다. 러시아인들은 철도 여행의 또 다른 재미로 도시락 먹는 것을 꼽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한·러 경제과학기술공동위원회 참석을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해 팔도 도시락을 ‘신화’로 언급하면서 러시아 시장에서 도시락의 성공 스토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홍 부총리는 팔도 도시락 러시아 현지공장을 방문해 “팔도 도시락은 한국에서 사랑받는 식음료품이 철저한 시장조사와 현지화를 통해 러시아에서도 성공을 일구는 사례”라고 평한 바 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도시락은 1991년 러시아에 진출한 이래 지난해 누적 판매량 50억개를 기록했고 올해 누적 판매량 55억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시장 내 누계 판매량은 국내 판매량의 7배에 달한다. 러시아에선 ‘국민 라면’으로 등극하며 컵라면으로 불리는 용기면 시장에선 이미 시장점유율(MS) 60%를 넘어섰다. 도시락은 1997년 현지 사무소 개소와 함께 러시아 전역으로 폭발적으로 퍼져나갔다. 이후 연간 판매량이 2016년 4억3,000만개, 2017년 4억8,000만개 , 2018년 5억2,000만개까지 늘어났다. 러시아 인구가 약 1억5,000만명인 것을 고려하면 지난해 전 국민이 한 해 동안 3.5개씩은 먹은 셈이다. 러시아 시장에서 ‘도시락’ 판매량은 매년 5%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도시락이 일본, 베트남 라면을 제치고 점유율 1위에 올라선 것은 ‘의리 마케팅’과 철저한 현지화의 결과물이다. 1998년 러시아가 재정난으로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했을 당시 수많은 기업이 러시아 사업에서 철수했지만 팔도는 잔류를 선택했다. 투자 초창기에 매몰 비용이 적었던 탓도 있지만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판단해 현지로 남기로 결정한 것이 러시아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러시아 정부와 소비자는 이를 계기로 팔도를 ‘의리 브랜드’로 평가했다. 이는 도시락이 ‘국민 라면’이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둥근 용기가 대세인 용기면 시장에서 사각형의 용기 모양도 러시아 신화를 만드는데 한 몫을 했다. 1990년대 부산항에 정박한 러시아 선원들은 당시 러시아에서 귀했던 생필품 등을 사서 러시아로 들어갔는데 “도시락의 사각 모양은 선상에서 먹기 편하다”는 얘기가 입소문을 탔다. 영토가 광활하고 지형이 다양한 러시아에서는 열차와 배를 탈 일이 많다. 흔들리는 곳에서는 둥근 용기보다 사각 그릇에 담긴 라면을 더 안정적으로 먹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사각 용기는 러시아 인기의 한 요인이 됐다.

도시락의 현지화 전략은 K푸드 진출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매운 것에 약한 현지인의 입맛을 반영해 치킨 맛 도시락을 내놓았고, 음식에 마요네즈를 넣어 먹는 러시아인들의 식습관을 반영해 2012년 마요네즈가 들어간 ‘도시락 플러스’도 만들었다. 추운 날씨 탓에 열량 높은 마요네즈를 선호하는 러시아 소비자들의 기호를 반영한 것이다. 치킨뿐만 아니라 새우, 버섯 맛도 추가했다. 소고기 육수를 베이스로 하는 국내 제품과 달리 러시아에서는 부드러운 닭고기 국물로 제품을 출시했다. 젓가락질에 서툰 점도 고려해 포크도 라면 용기 안에 함께 넣었다.

러시아 시장을 장악하며 팔도의 러시아 법인인 코야와 판매를 맡고 있는 도시락루스의 실적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도시락 생산 법인 코야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4% 성장한 794억원을 기록했다. 판매·유통 법인 도시락루스는 지난해 2,108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29% 성장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도시락 매출이 1,900억원 정도로 절대적이다. 매출액은 2010년 이후 매년 1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팔도 관계자는 “도시락은 러시아시장에서 매년 판매량이 늘고 나고 있다”며 “철저한 현지 입맛을 고려한 현지화 전략의 성공사례”라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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