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까지만 해도 국내 뷰티 산업 성장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던 국내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들의 주가가 중국 내 입지 축소로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 현지 화장품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국내 ODM 업체들의 ‘고객사’인 국내 뷰티업체들의 대중국 수출이 둔화한 게 영향을 끼쳤다. 한국콜마(161890)나 코스맥스(192820) 등 국내 ODM 업체가 설립한 중국 내 공장의 가동률이 좀처럼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부정적 신호로 꼽힌다.
4일 주식시장에서 국내 화장품 ODM 1위 업체 한국콜마는 5.54% 하락한 3만9,250원을 기록했다. 한국콜마 주가가 4만원대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14년 3월28일 이후 약 5년 반 만이다. 이날 오후 국민연금공단은 한국콜마 지분율을 11.4%에서 9.39%로 줄였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한국콜마와 더불어 국내 화장품 ODM ‘투톱’이라고 불리는 코스맥스도 4.86% 내린 7만400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6만9,900원까지 내려가며 7만원선이 뚫리기도 했다. 코스맥스는 2·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9.2% 떨어졌다는 소식이 나온 이후 7만원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두 회사의 주가가 일제히 추락하고 있는 일차적인 요인은 회사 내부의 경영 여건이다. 우선 한국콜마는 8월7일 윤동한 전 회장이 직원 조회 시간에 ‘막말 동영상’을 틀어준 게 논란이 되면서 하락하기 시작했다. 한국콜마는 8월11일 윤 전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논란은 한국콜마 관련 제품 불매운동으로 확산됐다. 홈쇼핑 업체들도 한국콜마 관련 제품을 편성에서 제외하면서 실적 타격이 현실화했다.
코스맥스는 매출채권 상환 문제가 걸림돌이다. 코스맥스의 2·4분기 매출채권 대손상각비는 53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2억원이나 늘어났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과거와 달리 코스맥스에 온라인·개인 ODM 고객사들이 많이 늘어났다”며 “이들 중에 중국에서 매출채권으로 물건을 들이는 사례가 많아 자연스럽게 자금 회수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신규 투자에도 발목이 잡히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콜마 역시 매출액 대비 매출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해 재무구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다.
근본적으론 중국 현지 화장품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국내 중소 뷰티 업체들의 대중 수출이 줄어든 게 문제로 꼽힌다. 특히 중국에서 ‘꿀광 마스크’로 입소문을 탔던 지피클럽의 매출이 감소한 게 타격을 줬다는 설명이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가 중국에 설립한 공장 가동률이 좀처럼 올라가지 않고 있는 것도 요인으로 지목된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중국에 신규 생산시설을 대거 늘렸는데도 가동률이 제자리걸음”이라며 “한국 화장품 시장의 성장이 멈춘 상황에서 중국에서는 현지 ODM·화장품브랜드 업체들이 치고 올라오니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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