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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김유진 스파크랩 대표 "성공의 길로 이끄는 '스타트업 내비게이션' 되고 싶어요"

美서 대학 다니며 변호사 꿈꿨지만

인터넷 처음 접한뒤 인생진로 변경

한국 돌아와 스타트업 동반자 변신

SK·포도트리·NHN·텐센트서 근무

마케팅·사업개발·해외진출 업무 맡아

창업자들에 의한 액셀러레이터 설립

투자서 IPO까지 경험 바탕으로 도움

다양한 멘토들과 교류 기회도 제공

"실리콘밸리 창업가 평균 30대 후반

성공하는 스타트업으로 거듭나려면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이 매우 중요"

김유진 스파크랩 대표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파크랩 본사에서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거친 스타트업들을 소개하며 웃고 있다./성형주기자




우버(승차공유), 에어비앤비(숙박공유), 드롭박스(파일공유), 트위치(게임방송 플랫폼) 등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기업 뒤에는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YC)’라는 액셀러레이터가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YC는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금과 장소·장비 제공은 물론 사업 조언 등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한 종합적인 지원을 하는 곳이다.

YC가 만들어낸 액셀러레이터라는 개념을 국내에 처음 들여온 곳은 스파크랩(SparkLabs)이다. 스파크랩은 지난 2012년 12월 6개 스타트업을 지원하며 액셀러레이터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1기부터 현재 K뷰티의 대표주자로 성장한 미미박스에 투자하며 ‘한국판 YC’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미박스는 이후 YC 등에서 후속 투자를 받으며 2,000억원 이상의 누적 투자를 달성한 뷰티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 역삼동 스파크랩 본사에서 만난 김유진 스파크랩 공동대표는 액셀러레이터를 ‘동반자’라고 표현했다. 김 대표는 “투자자금과 경험·멘토링 등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스타트업에 제공하면서 스타트업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사 꿈꾸던 청년, 스타트업 동반자로 변신=김 대표는 미국 미시간대에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부모님과 본인의 공동목표로 변호사를 꿈꿨다. 전공도 로스쿨생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철학에 경제학을 복수로 선택했다. 김 대표의 꿈은 대학에서 인터넷을 처음 접하고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그는 “인터넷을 대학 때 처음 접한 뒤 로스쿨 진학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들어왔다”며 “한국은 인터넷을 이끄는 나라이기 때문에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첫 직장은 SK 계열 벤처기업인 더컨텐츠컴퍼니였다. 실리콘밸리에서 인터넷TV(IPTV) 기술을 들여와 국내에서 처음으로 IPTV 시범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 이후 NHN의 미국 태스크포스(TF) 소속으로 해외 진출과 법인 설립·운영 등을 담당했다. 또 포도트리(현 카카오페이지) 초기 멤버로 마케팅, 사업 개발을 총괄하고 텐센트코리아에서는 게임의 글로벌 진출 등을 담당했다.

다양한 업체에서의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며 스파크랩으로 이어졌다. 포도트리에서 함께 일했던 버나드 문 스파크랩 공동대표에게서 액셀러레이터를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받은 것. 김 대표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액셀러레이터가 뭐냐고 물어봤을 정도로 투자 분야를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해외 진출을 돕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관심을 넘어 잘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NHN에서는 미국 진출을 돕고 포도트리에서도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해외에 진출시키는 역할을 했다”며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것은 원래 해오던 일이면서도 새로운 도전이기도 해서 합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새로운 목표는 스타트업이 길을 잘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는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스파크랩에 들어올 때마다 우리도 답은 갖고 있지 않지만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한다”며 “스타트업들은 시간이 중요하니 도움을 잘 줄 수 있는 내비게이션이 되고 싶다”고 설명했다.

◇창업가의, 창업가에 의한, 창업가를 위한 액셀러레이터=스파크랩은 ‘창업자를 위해 창업자가 설립한 액셀러레이터’라는 점을 내세운다. 실제로 공동설립자인 김호민, 버나드 문, 이한주, 김유진 대표는 모두 미국과 한국에서 창업을 하고 기업을 이끈 경험이 있는 기업가들이다. 김 대표에게 창업가가 만든 액셀러레이터는 어떤 점이 다르냐고 묻자 “(기업과 관련된 경험을) 다 해봤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답했다.

그는 “창업을 해봤고 망해봤고 시리즈 A~C까지 투자도 받아봤으며 해외로 사무실을 확장하기도 해봤다”며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봤으니 더 잘 도울 수 있지 않겠나”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유진 스파크랩 대표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파크랩 본사에서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거친 스타트업들을 소개하며 웃고 있다./성형주기자




액셀러레이터의 대표주자인 YC와 비교했을 때 다른 점도 물었다. 김 대표는 “YC는 창업가와 개발자, 교육 생태계가 다 갖춰져 있는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큰 자원”이라며 “반면 아시아 지역은 경험이 풍부한 파트너와 멘토 네트워크를 갖춘 액셀러레이터가 없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투자 토양이 확립돼 있지 않다는 점은 스파크랩에 오히려 기회로 작용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빠른 기간 안에 유명해졌고 좋은 스타트업들을 발굴할 수 있었다”며 “대만과 호주, 중국 베이징·선전, 홍콩, 오만 등으로 확장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대만, 베이징 등에서는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한다. 호주에서는 호주 정부와 함께 농업에 초점을 맞춘 스타트업들을 발굴하고 있다. 그는 “시드니에서 비행기로 40~50분 거리에 있는 오렌지라는 도시에 사무실을 두고 호주 정부와 함께 농업 스타트업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호주에서 현재까지 두 번 데모데이를 했는데 5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꼽은 스파크랩의 또 다른 강점은 멘토 네트워크다. 김 대표는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멘토들은 공동대표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거나 사회에서 만난 성공한 창업가들”이라며 “초기 단계 스타트업이 이 멘토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기회”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멘토의 조언으로 사업 타깃층을 넓혀 성공한 사례도 있다. 짐 보관 서비스 마이박스(현 박스풀)의 경우 사업 초기 개인을 대상으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서비스를 진행했다. 하지만 스파크랩의 멘토가 식당과 쇼핑몰 등을 소개하며 B2B(기업 간 거래) 서비스를 제안하면서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식당이나 쇼핑몰 등 공간 확보가 필요한 사업자들은 짐 보관 수요가 많은 점을 노린 것”이라며 “마이박스는 이후 아시아 최대 규모의 짐 보관 서비스 업체인 박스풀에 인수됐다”고 전했다.

◇화장품부터 참기름까지…혁신 아이디어면 OK=2012년 12월 1기로 선발된 6개 팀 이후 스파크랩을 거친 스타트업은 13기까지 총 137개 팀에 이른다. 최근에는 14기 9개 팀을 새로 선정하기도 했다. 스파크랩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들은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37곳이 스파크랩을 졸업한 후 받은 후속 투자금액은 6,000억원에 이르며 이들의 기업가치 합계도 약 2조원에 이른다. 뷰티 플랫폼 ‘미미박스’와 맛집 검색 서비스 ‘망고플레이트’, 유전자 분석 ‘제노플랜’ 등 분야도 다양하다.

참기름이라는, 언뜻 스타트업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영역도 발굴했다. 김 대표는 “쿠엔즈버킷이라는 참기름 제조사가 지원서 접수를 했는데 테크 업계와는 전혀 다른 쪽이어서 깜짝 놀랐다”며 “직접 대표를 만나고 나니 참기름으로 누군가 성공한다면 이 사람일 것이라는 느낌이 왔다”고 설명했다. 쿠엔즈버킷은 깨를 태워 참기름을 짜내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 저온압착 방식을 사용해 영양이 풍부하면서도 다양한 음식과 어울릴 수 있는 참기름을 만들어낸다. 스파크랩 8기를 졸업한 후 국내 주요 백화점과 미국 미슐랭 레스토랑, 싱가포르·홍콩 등에까지 참기름을 납품하고 있다.

영역을 가리지 않고 스타트업을 성공적으로 발굴해낼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주저하지 않고 ‘사람’을 꼽았다. 그는 “팀의 대표가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있고 해당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본인이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가 어떤 차별화를 갖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성공하는 스타트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스무 살에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가 오히려 특이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도 창업가들의 평균 나이가 거의 30대 후반”이라며 “경험을 많이 하고 자신이 정말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무엇인지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김유진 스파크랩 대표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파크랩 본사에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성형주기자


He is

△1977년 미국 △1995년 미시간대 경제학·철학과 △2000년 더컨텐츠컴퍼니 △2004년 NHN USA 품질보증 및 현지화그룹 그룹장 △2007년 버티고게임즈 해외사업실 실장 △2010년 포도트리 해외사업개발부 및 마케팅부 이사 △2012년 텐센트코리아 해외사업개발실 총괄 △2013년 스파크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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