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박정민(가명) 씨는 옷을 갖춰 입는 데에서는 ‘귀차니즘’에 빠져있다. 가을을 맞아 스타일 변신을 하고 싶지만 원하는 옷과 소품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파는 게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박 씨는 “녹초가 돼 퇴근한 후에는 온라인 쇼핑을 할 기운도 없어 TV를 켜 놓고 마음에 드는 코디를 제안하는 홈쇼핑을 시청한다”면서 “체크재킷과 어울리는 아이템을 따로 고민할 필요없이 방송에서 소개된 스타일대로 입으니 무난한 오피스룩이 자동으로 완성돼 매우 편리했다”고 말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의 완성된 스타일을 제안하는 ‘큐레이션’ 기반의 프로그램이 홈쇼핑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수많은 상품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들에게 일종의 ‘스타일 가이드’를 제공해 쇼핑 편의를 극대화하고 있다.
17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큐레이션 기반의 패션 프로그램이 올가을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큐레이션 방송은 온·오프라인 매장을 돌며 옷을 하나씩 구매할 필요가 없도록 서로 다른 종류의 패션 아이템을 묶어 최신 스타일대로 추천해준다. 모양은 같은데 색깔만 다른 옷을 여러 벌 묶어 팔던 홈쇼핑의 전통적인 판매 방식에서 크게 진화한 셈이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가을은 봄, 여름보다 옷의 종류가 늘어나기 때문에 이를 조화롭게 코디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상의 재킷과 팬츠를 묶어 수트로 판매한 적은 많았으나 트렌치코트, 재킷, 팬츠 등 더 다양한 패션 아이템을 함께 구성한 것은 올해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큐레이션 방송은 소비자의 빠른 선택과 구매를 도우며 국내 홈쇼핑 방송에 잇따라 편성되고 있다. CJ ENM 오쇼핑부문의 여성복 브랜드 ‘에셀리아’는 지난 8월 중순 트렌치코트·체크재킷·더블재킷·팬츠를 세트 상품으로 론칭해 9월 말까지 약 80억 원의 주문실적을 올렸다. 한 시간 짜리 첫 방송에서만 1만 1,000세트(약 20억 원)가 판매됐으며 이후 방송에서도 목표액을 초과 달성했다.
CJ ENM 오쇼핑부문 에셀리아 MD는 “정장 패키지 상품이 올가을 에셀리아 브랜드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했다”며 “트렌치코트와 체크재킷을 함께 입으면 체크재킷의 옷깃이 머플러처럼 살짝 보이게 하는 등 함께 착용할 때 서로 어울릴 수 있도록 상품을 기획한 것이 인기 요인”이라고 말했다.
현대홈쇼핑도 패션 자체브랜드(PB) ‘밀라노스토리’를 통해 트렌치코트·재킷·원피스·팬츠 등으로 구성된 ‘밀라노 스토리 4pcs 세트’를 선보였다. 이 상품은 현재까지 약 3만 세트가 판매되며 약 50억 원의 주문금액을 기록한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패션 방송에서 4가지 아이템을 세트로 구성해 선보이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세트 자체로 정장 스타일링이 가능한 것은 물론 다른 의류와도 쉽게 코디할 있도록 네이비, 브라운 색상으로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한 벌의 코디로 선보이는 방송도 있다. 지난 12일 GS샵의 패션전문 프로그램 ‘더컬렉션’에서는 함께 착용하기 좋은 재킷, 니트 3종, 머플러 등을 연달아 판매했다. 매 시즌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템을 모아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코디법까지 설명해주며 목표 대비 130%가 넘는 매출달성률을 기록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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