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들이 법인회원을 유치하기 위해 준 혜택은 그 유형도 다양했다. 금융위원회가 고시한 ‘규제영향분석서’에 따르면 카드사는 대기업 등 법인회원 유치를 위해 임직원의 해외 단기 연수 비용을 대신 지불하거나 홍보를 대행해주고 심지어 인력까지 지원하기도 했다.
신용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연간 수조원의 카드를 긁는 법인이 ‘갑’”이라며 “한 카드사가 법인을 유치하기 위해 화끈한 혜택을 내걸면 다른 카드사도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어 출혈경쟁을 벌여왔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카드사가 없었는데 당국이 상한선을 둬 그나마 숨통이 트이게 됐다”고 평가했다.
금융위의 이번 조치는 신용카드업계의 건전한 영업질서를 위한 것도 있지만 올해 초부터 시행된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카드사 건전성 악화도 배경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신용카드사 당기순이익(국제회계기준)은 9,4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감소했다. 물론 최근 경기 불황에 비해 순익 감소율이 크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다르다. 카드사의 주 수익원인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대폭 줄어든 것을 일반 고객에게 주던 무이자 혜택 축소 등으로 대응해 그나마 선방한 것이다.
실제 올 상반기 카드수수료 수익이 카드 사용액을 감안하면 4,000억원 이상 증발했다는 분석도 있다. 상반기 신용·체크카드 이용액은 426조1,00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20조5,000억원(5.1%) 증가했는데, 여기에 평균 카드 수수료율(2%)을 적용하면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약 4,100억원(20조5,000억원×평균 수수료율 2%)이 증가했어야 한다. 하지만 상반기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오히려 134억원(0.2%) 줄었다. 결국 올 초부터 시행된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관련 수익을 대폭 감소시켰다는 이야기다.
이 외에 카드사가 법인회원에 주는 혜택의 비용을 가맹점이나 개인 고객에게 전가시키는 것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법인에 대한 혜택이 포함된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은 지난 2015년 4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6조 7,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가맹점 수수료에서 마케팅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45%에서 54.5%로 급증했다.
한편 금융위는 이번 고시에서 휴면카드 자동해지 규제도 내년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지금은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아 휴면상태에 있는 카드가 이용이 정지된 후 9개월이 지나면 자동해지된다. 하지만 고객 중 관련 혜택을 이용하기 위해 수년이 지나 카드를 재발급받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고객은 재발급을 받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했고 카드사도 모집인에게 15만원의 수수료를 또 지급하는 등 비용이 발생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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