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부정과 사모펀드 불법투자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전격 청구됐다. 정 교수의 영장에는 입시비리·사모펀드·증거인멸 세 가지 줄기와 관련한 11가지 혐의가 모두 담겨 검찰이 그야말로 ‘명운’을 건 신병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정 교수의 건강상태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내부결론을 내렸으나, 증거인멸 시도 입증과 함께 뇌질환 진단의 진위 여부가 구속을 결정지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21일 오전 정 교수를 업무방해·자본시장법 위반·증거인멸 등 11개 혐의에 대해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8월27일 대규모 압수수색 이후 55일 만이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수집된 물적·인적 증거에 의하면 정 교수의 범죄혐의가 충분히 소명되고 혐의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며 “혐의 소명 정도, 혐의의 중대성, 죄질, 증거인멸 우려를 모두 고려했다”고 청구 이유를 밝혔다.
◇사모펀드 투자 혐의, 조 전 장관에도 영향 미치나=검찰이 밝힌 정 교수의 혐의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먼저 동양대 표창장 위조를 비롯한 입시부정 부분과 관련해서는 업무방해·위계 공무집행 방해·허위작성 공문서 행사·위조사문서 행사·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다. 정 교수는 딸 조모(28)씨를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시키기 위해 동양대 총장상을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검찰은 이외에도 위조된 표창장을 여러 대학원 입시에 사용하고(위조사문서 행사), 이를 통해 입시 업무를 방해한(업무방해·공무집행방해) 내용을 영장에 적시했다. 검찰은 영장청구 사실을 기자단에 통보하며 ‘입시비리’라는 단어로 정 교수의 혐의를 규정했다.
특히 사모펀드 투자와 관련해서는 업무상 횡령·자본시장법 위반(허위신고 및 미공개정보이용)·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조 전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주식을 차명보유하고, 공직자의 지위를 이용해 취득한 미공개 정보로 코스닥 상장사 더블유에프엠(WFM)에 우회투자했다는 내용이다. 이는 조 전 장관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는 혐의다. 코링크PE 실소유주로 지목된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가 더블유에프엠에서 횡령한 자금 일부가 정 교수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 교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법원에서 인정될지 여부도 중요하다. 특히 정 교수가 동양대 압수수색을 앞두고 연구실 PC의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고 이를 빼돌려 보관한 등 행위가 증거인멸 시도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정 교수는 증권사 PB센터 직원 김모씨를 동원해 증거은닉을 교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여기에 더해 동양대 직원들에게 총장상 위조와 관련해 ‘입 맞추기’를 강요했다는 등 증거위조 교사 혐의도 적시됐다. 법조계에서는 정 교수가 그간 7차례에 걸쳐 받은 검찰 소환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는 점도 고려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 교수 건강상태 두고 공방 벌일 듯=다만 정 교수 측이 최근 뇌경색·뇌종양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정 교수의 건강상태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정 교수는 지난 9월3일 첫번째 검찰 출석 후 어지럼증, 구토 증세 등 건강상 이상을 호소하며 귀가해 입원한 후 입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후에도 건강상 문제를 들며 검찰과의 조사일정 협의 과정에서 여러 차례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 변호인단 측과 검찰 양측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건강상태와 관련한 부분을 두고 집중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정 교수 측에서 진단서를 제출받은 것과 별개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정 교수의 건강상태를 면밀하게 검증했고, 필요하다면 이를 재판부에 소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조 전 장관 일가 구성원으로서는 5촌 조카 조씨에 이어 두 번째 구속이다. 조씨는 지난 3일 코링크PE 및 더블유에프엠 자금 72억여원을 빼돌린 혐의(특경법상 횡령), 허위공시·부정거래 등 자본시장법 위반, 증거인멸 등 혐의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조씨가 빼돌린 돈 중 5억원 미만의 금액이 정 교수에게도 전달돼, 구속영장 청구 사유에 특경법상 횡령이 아닌 업무상 횡령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법원이 웅동학원 사무국장인 조 전 장관 동생 조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계좌 추적 영장이 다수 기각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 교수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르면 오는 23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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