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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화끈한' DLF 대책에 대한 우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20%정도 불완전판매" 발표

투자자 '자기책임' 고려 여지

교육 강화 조치 등 필요하지만

시장 자체 위축시키진 말아야

윤창현 교수




‘재난채권’으로 분류된 채권은 수익률이 ‘국채금리+α’ 수준으로 높다. 이유는 간단하다. 원금 손실 위험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만기 내 지진이나 홍수 같은 재난이 발생하면 채권원금이 손해보상에 사용된다. 채권발행자인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위험을 채권매입자에게 전가하는 대신 보험가입자가 낸 보험료를 상당 부분 채권매입자에게 제공한다. 지진이 나지 않거나 약하면 투자 성과가 좋지만, 큰 지진이 발생하면 위험이 커진다. 위험을 감수해야 수익이 나오지만 이 상품 발행 자체가 금지돼 있지는 않다.

최근 문제가 된 해외금리연계 파생금리펀드(DLF) 상품도 비슷하다. 예를 들어 독일 국채금리가 -0.2% 이상만 되면 4.2%의 수익률이 제공된다. 그런데 지난 18년 동안 내려간 적 없던 독일 국채금리 -0.2%가 깨지면서 원금 일부 혹은 전부가 훼손됐다. 지진이 크게 나버린 것이다.

이번 사태는 많은 논란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중간검사 결과 해당 DLF 상품 판매액은 7,950억원이고 예상 손실액은 3,513억원에 이른다. 금감원은 설계·제조·판매 과정에서 문제점들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불완전판매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사항이다. 금감원은 판매서류를 전수 점검한 결과 최대 20% 정도의 불완전판매 의심사례가 있다고 발표했다. 확인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80% 정도는 불완전판매가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이 상품 전체를 은행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결과가 좋지 않았기는 하나 투자의 ‘자기책임 원칙’도 고려돼야 할 여지가 있다.



고위험상품의 은행 판매도 논란거리다. 결과만 보면 이 상품은 은행에서 취급하지 않는 것이 좋았겠지만, 금감원 조사 결과 3,434건에 해당하는 개인투자자 중 78.2%가 과거 비슷한 상품에 1회 이상 투자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건 이상 투자한 경우도 1,268건에 달한다. 은행이 주의하고 조심해야 하지만 거꾸로 은행을 통해 비슷한 상품을 매입하고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도 많았다는 얘기다. 판매 제한 논의는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키코(KIKO) 사태 때도 해당 상품이 아예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식의 주장은 법원에서 기각된 바 있다. 정기금리 1%가 깨질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얻으려는 노력을 아예 막아버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국내 은행들은 비이자수익 비중이 낮고 이자수익 비중이 높다는 점이 많이 지적된다. 비이자수익은 수수료 수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수수료에 대한 소비자의 반감이 심한 편이다. 미국 같으면 일반화돼 있는 잔액유지 관련 수수료 제도도 우리는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상품 판매를 통한 수수료 확보 그리고 종합자산관리를 위한 다양한 상품 취급이 매우 절실하다. 시중에 유동성은 풍부해지는데 이러한 자금이 투입될 만한 금융상품 취급을 제한한다면 결국 자금은 부동산 분야 등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것을 전제로 고객숙려제도나 투자철회제도를 도입하고 성과지표에 판매액 대신 고객수익률과 소비자보호 여부를 추가하는 조치 등 자체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고객자산관리제도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정 등 위험상품 투입비율을 일정 범위로 제한하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을 통한 불완전판매 가능성 축소, 금융회사 직원 교육과 투자자 교육을 동시에 강화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이번 사태로 국내 금융투자 문화와 금융시장이 대폭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마련되는 동시에 너무 화끈한(?) 재발방지 조치들이 나오면서 시장 자체를 위축시키는 상황은 피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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