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단독]'원전 폐기물 정책' 재검토위 출범했는데...예산 60% 잘랐다

재검토委 만들더니 되레 삭감

전문가·국민 의견 수렴 비용 등

위원회조차도 모르게 확 줄여

총선에 악재 계산 '소극적 대응'

"차기 정부로 폭탄 돌리나" 비판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저장하는 원전 부지 내의 습식저장시설./서울경제DB






정부가 원자력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능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 처리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위원회까지 출범시켰지만 정작 관련 예산을 절반으로 삭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년 총선 등을 앞두고 정부가 원전 폐기물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결국 다음 정부로 ‘폭탄’을 돌릴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원전 내부에 쌓인 고준위 폐기물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는데도 정부가 정치적 계산으로 할 일을 외면한다는 것이다.

23일 국회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받은 ‘2020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반 조성을 위한 기금 지출예산은 약 17억3,500만원으로 2019년(약 30억3,300만원) 대비 42.8% 줄었다.

이는 원전의 폐연료봉인 사용후핵연료를 관리·처리할 정책을 짜기 위해 전문가와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기술과 부지 등을 조사하는 예산이다. 전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발족해 지난 2015년 2년여에 걸친 의견수렴을 거쳐 ‘2028년까지 원전 외부 영구처분시설 부지 선정, 2052년까지 영구처분시설 건설’ 로드맵을 내놓았다. 하지만 2017년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당시 공론화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올 5월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 재검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런데 활동 본격적으로 해야 할 시점에 위원회도 모르게 예산을 대폭 줄여버린 것이다. 정정화 재검토위 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예산 삭감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재검토위가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 수립’ 예산이 8억1,800만원으로 59%나 삭감됐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활동기간이 내년 5월이라 그에 맞춰 줄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관련 예산은 재검토위가 출범하기 전인 2018년에도 20억원이었다. 활동을 본격화해야 하는데 예산은 약 60%가 사라진 셈이다.

또 영구처분시설 부지 선정 등을 위한 예산(영구처분 기반 구축)도 5억2,800만원에서 4억1,100만원으로 22% 줄였다. 원전 폐기물 처분시설은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유치를 꺼리는 시설이다. 과거 부안군이 중저준위 폐기물처리장을 유치하려다 시민 수백명이 경찰과 군수를 폭행한 ‘부안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 부지의 윤곽이라도 잡히면 해당 지역이 들고 일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을 앞둔 정부가 겉으로는 재검토위를 출범시켰지만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를 늦출수록 현 정부의 지지층인 환경단체를 덜 자극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학부 교수는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못 하기 때문에 원전을 더 지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는 사이 임시 저장시설인 원전 부지 내에는 방사성폐기물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월성 원전 내 임시 저장시설의 포화율은 현재 약 96%로 오는 2021년 포화되고 대부분의 원전이 2020년대에 접어들면 순차적으로 포화된다.

더욱이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고준위 폐기물 처리는커녕 이미 영구처분시설(경주 방폐장)이 지어진 중저준위 폐기물 목표 처리량마저 연 7,833드럼(200ℓ)에서 4,307드럼으로 45%나 줄인 상황이다. 경주 방폐장은 차입금(약 1조9,700억원)으로 지어진 뒤 폐기물을 발생하는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드럼 1개당 공사·이자 비용을 포함해 1,373만원을 내며 2075년까지 갚는 구조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 등의 여파로 조 단위의 이익을 내던 한수원이 적자(2018년)로 돌아서자 목표량 대비 수납비율이 2016년 85%에서 2018년 57%로 추락했다. 이 시기에 한수원은 경영 악화로 정부와 경주 방폐장 건설 차입금 일시상환을 위한 논의마저 중단하기도 했다. 윤종일 KAIST 교수는 “정권마다 폭탄 돌리기를 해서는 안 된다”며 “행정부보다 대의기관인 국회가 원전 폐기물 처리 문제를 공론화하고 법제화하는 것이 국가 발전과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