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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한국형 전환사채 투자, 공짜 점심은 없었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경제학 명언이 있다. 어느 것도 공짜로 얻을 순 없고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는 뜻이다. 최근 전환사채 투자로 야기된 사모펀드 환매중단사태를 보고 느낀 소회이다. 본질적으로 전환사채(CB) 등 주식 관련 사채는 신의 한 수라 불릴 정도로 훌륭한 상품이다. 채권의 안정성을 취하면서 주식의 고수익까지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못된 투자 때문에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유독 한국 자본시장에서만 목격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진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일까? 발행기업과 운용사간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나쁜 이해관계의 교집합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나는 전문가로서 추측해본다. 아마도 문제가 되었던 전환사채는, 십중팔구 재무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발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혁신과 성장의 가치를 위한 자금 조달과는 거리가 멀다.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선 전환가격을 낮추고 필요하면 전환가격을 조정해주는 당근도 제시되었을 것이라 추정한다. 안정적인 금리를 주면 주식 전환가격은 당연히 비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이런 비정상적인 현상이 한국형 전환사채가 탄생한 배경이라 진단한다.

자산운용사는 이런 전환사채를 큰 고민 없이 투자했을 것 같다. 자금 조달 목적이 가치 지향적인지, 그 발행조건이 합리적인지 따져야 하는데, 오히려 낮은 전환가격이나 전환가격 조정 조건에 관심을 두었을 터이다. 마치 이런 조건들이 수익률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착각마저 가졌을 것이다. 물론 밀려오는 펀드자금도 신중하지 못한 의사결정에 한몫 했을 것이다. 나는 이런 문제를 잘 알기에, 발행 조건은 좋지만 재무 상황이 어려운 기업들의 전환사채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현재 시장이 겪고 있는 고통은 이런 나쁜 이해관계의 교집합이 만든 결과이다. 펀드투자자는 수익률 하락과 환매중단으로 고통받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어디서 말도 못 하고 주가 하락의 고통을 참아내고 있다. 또한 건강한 기업들조차 돈줄이 막혀 어렵다 한다. 상식적이지 않은 한국형 전환사채 때문에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나는 해결방안으로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는 상식이 바로 서는 투자문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투자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상식의 작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안전하게 채권금리를 주는데 주식 전환 가격까지 낮다면 상식의 잣대로 의심하라는 말이다. 둘째는 운용사와 판매사는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자구적인 불완전 판매대책은 근본 대비책이 아니다. 운용사는 아까운 돈을 효과적으로 배분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판매사는 투자자의 돈이 그런 상품에 다가서도록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장기적인 해악을 성찰하지 않고 단기수익률이나 조건을 쫓는 운용과 판매는 근절되어야 한다.

나는 이번 사태를 두고 곰곰이 생각한다. 우리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가 비단 한국형 전환사채 투자뿐이겠는가? 투자자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폭넓게 성찰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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