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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혁신...모빌리티서 바이오까지 규제압박에 '질식'

[부처마다 딴소리 길잃은 미래산업]

文, 연내 통과 약속 '데이터3법' 1년째 국회 문턱 막혀

바이오기업 상장 문턱 낮춘다지만 거래소는 기준 강화

업계 "규제개혁 외치지만 결국 정부가 새 서비스 막아"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국회 등 기관별 ‘엇박자’는 모빌리티 산업뿐만 아니라 데이터 경제, 자율주행, 바이오까지 각 산업의 확장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더라도 실행 단계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되면서 업계가 다시 건의하고 정부가 규제 개혁을 또 다짐하는 도돌이표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뜨거운 감자’인 타다의 경우 스타트업과 택시업계의 이해관계가 갈리다 보니 정부·국회·4차산업혁명위원회까지 각각의 입장이 갈려 논의가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택시 중심의 플랫폼 제도화를 추진 중인 한편 4차산업혁명위는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권고했다.

업계에서는 규제개혁이 번번이 막히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29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국회·검찰 모두 한 방향으로 스타트업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며 “타다를 통해 드러난 전방위적 압박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질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도 문 대통령이 전날 연내 통과를 강조했지만 발의된 지 1년째 해당 상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모법인 개인정보법의 경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지난 9월 말과 10월 초 두 차례에 걸쳐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28일 직접 방문해 미래 기술을 살폈던 네이버도 규제 장벽에서 자유롭지 않다. 문 대통령이 자율주행차를 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오는 2024년까지 인프라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첫걸음인 3차원(3D) 도로정밀지도 제작부터 막힌 상황이다. 네이버는 현재 오차범위를 센티미터(㎝) 단위까지 줄인 3D 도로정밀지도를 제작하고 있지만 주변에 군 관련 시설 등이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지도정보가 일괄적으로 삭제당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자율주행자동차가 도로 각 차선까지도 정확하게 구분해 정밀주행할 수 있도록 도로정밀지도를 만들고 있지만 군 관련 시설 등이 위치한 주변 지역 등에 대해서는 일괄적으로 지도정보를 삭제당해 상당히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국가의 지도정보는 정부의 간행물 심사를 받는데 이 과정에서 보안당국이 검열을 해 조금이라도 군 관련 시설 주변의 위치정보가 포함돼 있으면 지워버린다는 것이다.



국가 안보상 부득이한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것은 3D 도로정밀지도에 대한 기술적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자율주행차용 도로정밀지도는 인간이 육안으로 보는 그림이나 사진 형태의 위치지도가 아니라 자율주행차에 탑재된 인공지능(AI) 등 기계들이 읽는 수치 형태의 데이터 정보다. 즉 사람이 봐도 무엇인지 모를 숫자 등이 빼곡히 적힌 엑셀파일 형태라고 보면 된다. 이에 따라 보안유출의 위험이 사실상 크지 않다. 특히 사람이 읽는 일반 지도는 항공기나 인공위성이 상공에서 찍은 형태여서 대공포 등 주요 군 시설의 위치가 그대로 노출되지만 3D 도로정밀지도는 단순히 자율차가 도로, 인근 지형을 레이저와 레이더 거리 측정기로 위치를 재는 수준이어서 군사적 민감도가 떨어진다. IT 전문가들은 과거 인간용 지도에 적용했던 보안검열 규제를 기계용 3D 정밀도로지도에도 똑같이 적용하고 있는 관례적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규제 샌드박스도 아직 민간기업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 헬스케어 상품을 개발하고 있는 수도권의 한 중소기업은 “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하려고 보니 개발 중인 제품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자료를 구비해야 하더라”라며 “시범 도입을 못해 데이터도 쌓지 못하는데 안전성을 어떻게 입증할지 막막해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바이오 기업의 상장과 관련한 엇박자도 여전하다. 정부는 코스닥 상장 규정을 개정해 미국 나스닥 수준으로 상장 문턱을 낮춰 앞으로 3년간 바이오, 4차 산업혁명 기업 80곳을 상장하려 했다. 기업공개(IPO) 회계감리 부담도 크게 완화해 IPO 기업에 대한 사전 심사제도를 도입해 회계 검증 시간을 기존 평균 9개월에서 3개월가량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는 9월부터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시 기술평가에 대해 심사기간을 늘리는 등 문턱을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유도하겠다는 것인지, 막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기업공개 3수·4수는 이제 기본”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던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은 정부 부처의 규제로 여전히 막혀 있다. 신의료기술평가가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를 찾아 “사람 몸에 직접 사용하지 않고 의사의 진료 편의를 위한 기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만 받으면 되도록 절차를 대폭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없애기로 했던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보건복지부의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는 그대로 남아 있다.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식약처 독립 이후 의료기기 업계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수단으로 신의료기술평가에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경원·민병권·우영탁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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