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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어느 국회의원의 '오럴해저드'

양종곤 성장기업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님과 문답을 하게 돼 영광입니다.”

지난달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중기부 국감장에서 여당의 한 초선의원이 한 발언이다. 덕담을 주고받은 것이라고 치부해도 ‘영광’이라는 단어는 목에 걸린다. 고성이나 면박 주기, 논리 없이 호통만 치는 것보다 이런 덕담을 주고받으며 살벌한 국감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드는 것이 보기에는 좋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을 대리해 정부부처의 잘잘못을 따져야 하는 국회의원의 발언치고는 과했다는 지적이다.

초선 의원의 ‘오럴해저드’로 국감장 분위기도 순간 우스꽝스럽게 됐다. 옆자리에서 ‘영광’ 발언을 듣던 같은 당 의원은 피식 웃음을 드러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야당 의원은 “귀를 의심했다”고 했다. 여당이 야당처럼 부처의 잘못을 캐는 데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초반부터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것은 뭐로 보나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진영논리에 갇혀 자기편 앞에서는 스스로 무뎌져버린 여당 초선 의원의 마음이 은연중에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초선 의원이 4선의 박 장관에게 보낸 존경의 발로라고 해도 “지나쳤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더구나 부처에 대한 국정감사를 시작하는 타이밍이나 공간을 보더라도 더욱 그렇다.



일부에서는 박 장관의 무게감 때문에 이런 해프닝이 벌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중기부 국감을 총평하면 ‘4선의 장관’ 앞에 여야를 막론하고 질의다운 질의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동료 정치인이 장관이 돼 나타나자 ‘솜방망이 질의’를 했을 수 있다. 실제 어떤 정치인 출신 부처 산하기관장이 국회 의원회관을 돌며 아는 의원들과 형, 동생하며 ‘(국감 질의를) 살살해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경제성장률이 나날이 떨어지고 있고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등 근로시간 단축으로 중소기업들의 아우성이 빗발치는데 국감장에서는 한가하게 ‘성은’을 연상케 하는 ‘영광’이라는 단어를 국회의원이 피감기관 수장에게 건넸다는 사실은 정말 ‘웃픈(웃기지만 슬픈)’ 일이다. ‘오럴해저드’ 당사자가 정부의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고 이를 기초로 날카로운 질의를 했던 초선 의원이었다는 점에서 더 안타깝다.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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