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집 김치’를 고수하던 50~60대 주부마저 김장김치 대신 포장김치로 돌아서고 있다. 5060세대 ‘김포족’(김장포기족)의 70% 이상은 포장김치를 이용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배 이상 껑충 뛴 배춧값과 김장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후유증이 김장 포기를 부추겼다.
김장철이 돌아왔지만 올해 김장철 분위기는 예년과 사뭇 다르다. 중장년층의 김장에 대한 선호도는 전년 대비 15%나 낮아졌다. 포장김치 시장에는 신흥강자인 CJ제일제당이 전통의 강호 대상 종가집과의 점유율차를 5% 안쪽으로 바짝 줄이며 맹추격 중이다.
◇주부 두 명 중 한명은 김포족=주부 두 명 중 한 명은 올해 김장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대상 종가집이 지난달 14~20일 종가집 블로그를 통해 주부 3,115명을 대상으로 한 김장 계획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4.9%는 올해는 김장을 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해 설문과 비슷한 수치다. 김장 계획이 없는 주부들 중 김장 대신 포장김치를 구입하겠다는 답변은 58%다. 열 명 중 여섯 명은 포장김치를 선택한 셈이다. 포장김치 구입 비율은 2016년(38%) 대비 20%포인트 상승하며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5060세대 포장김치에 대한 인식 변화다. 그나마 가정에서 “그래도 김장김치”를 주장하던 50대 이상 주부들의 76%가 ‘포장김치를 이용하겠다’고 응답했다. 지난해(61%)에 비해 15%포인트 증가했다. 과거 포장김치 구매를 상대적으로 꺼리던 50대 이상 주부들의 거부감이 줄어들었고 고된 노동 대신 편리함을 추구하는 쪽으로 인식이 전환한 것이다. 김장김치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일이 고되기 때문. 김장 경험이 있는 주부들에게 ‘김장으로인해 스트레스를 받느냐’고 물었더니 75.1%가 ‘고된 노동과 김장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13%)’보다는 김장을 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육체적 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58.7%)’가 더 컸다.
◇“보관마저 귀찮아”…정기배송 선택=김치도 한 달에 한번 등 정기적으로 배송받는 ‘정기구독’이 늘고 있다. 김장을 안 하는 것은 물론 맛 유지에 신경을 써야 하는 김치의 특성상 한 번에 포장김치를 사서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는 것도 번거롭게 느끼는 소비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대상에 따르면 온라인몰 ‘정원e샵’에서 지난 2017년 5월 정기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지난 7월까지 누적 매출 중 ‘종가집 김치’의 비중이 94.6%를 차지했다. 김치 정기배송 매출 성장률은 올해 1~7월 기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7% 성장했다. 올해 7월 말 누적 기준 정기배송 서비스 이용 패턴을 분석한 결과 4주 간격으로 김치를 주문하는 소비자가 약 80%에 달했다. 이어 2주 간격이 16.8%였다. 김장철이나 김장 김치가 떨어질 때쯤 매출이 몰렸지만 이제는 한 달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김치를 구매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비비고, 종가집 턱밑까지=포장김치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김치 매출규모(닐슨 기준)는 2014년 1,412억원에서 지난해 2,526억원으로 79%나 성장했다. 과거 포장김치 주 고객은 1~2인 가구였으나 최근에는 상품 김치로 대체하는 가구가 늘어난 결과다.
포장김치 시장에도 격변이 일고 있다. 1988년 업계 최초 브랜드 김치인 종가집 김치를 출시한 대상은 100% 국내산 재료로 만든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점유율 50%를 넘어서 한 때 포장김치의 대명사로 불렸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김치’를 론칭한 2016년에는 점유율이 20%에도 못 미쳤지만 이후 무섭게 치고 올라와 2017년 28%, 2018년 34.5%를 기록했다. 그 사이 종가집은 55.7%(2016년)에서 49.8%(2017년)로 내려가더니 지난해에는 46.7%를 기록했다. 지난 6월 말에는 비비고 김치 점유율이 40.2%로 눈에 띄게 상승하며, 대상과 격차도 3년 만에 35.9%포인트에서 2.6%포인트까지 좁혔다.
다만 업계에선 아직 포장김치 시장에서 1·2위가 바뀌는 ‘골든크로스’가 올해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배추값이 올라 CJ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CJ제일제당이 음성공장에 이어 통합생산기지인 진천 블로썸캠퍼스에 김치라인을 증하고 있어 내년 이후에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리·박형윤 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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