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트 게임 스코어 1대5에 한 점만 내주면 집에 돌아가야 하는 매치포인트. 라파엘 나달(1위·스페인)은 누가 봐도 절망적인 이 상황을 기어이 승리로 바꿔놓았다.
나달은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O2 아레나에서 계속된 남자프로테니스(ATP) 2019시즌 최종전 니토 ATP 파이널스(총상금 900만달러) 조별리그 2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2대1(6대7 6대3 7대6)로 이겼다. 상대가 약한 것도 아니었다.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US 오픈에서 결승에 진출한 세계랭킹 4위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였다. 더욱이 메드베데프는 나달보다 열 살이나 어린 23세의 떠오르는 스타다.
1대5에서 한 점만 뺏기면 끝인 상황에서 나달은 타이브레이크를 만들어 역전에 성공했다. 5게임을 내리 따낸 뒤 그는 타이브레이크 끝에 3세트를 따냈다. 나달은 “1,000번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승리였다”면서 “매치포인트에 몰렸을 때는 ‘5분 뒤면 로커룸에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지극히 정상적일 것이다. 오히려 거의 졌다는 생각 때문에 부담감이 없기도 하다”고 돌아봤다.
1승1패가 된 나달은 스테파노스 치치파스(6위·그리스)전 결과에 따라 4강 진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나달-치차파스, 알렉산더 츠베레프(7위·독일)-메드베데프전에서 4강에 오를 남은 한 명이 정해진다. 치치파스는 이날 츠베레프를 2대0으로 누르고 2승으로 준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나달은 결승에만 오르면 세계 1위로 한 해를 마감하게 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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