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다음달 1일부터 내년 3월31일까지 미세먼지 저감조치를 상시 시행하는 ‘미세먼지 시즌제’를 실시한다. 서울시 공공기관 차량은 2부제가 적용된다. 다만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은 관련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시행이 미뤄졌다. 일손 놓은 국회 때문에 ‘단팥 빠진 찐빵’이 된 셈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1일 서울시청에서 ‘서울형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미세먼지 시즌제는 대기오염이 악화하는 겨울철 저감조치를 상시 시행하는 정책이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 3년간 초미세먼지(PM2.5)가 50㎍/㎥를 초과한 날을 분석한 결과 총 53일 중 38일이 12~3월에 몰렸다. 서울지역에서 이 기간 발생하는 초미세먼지의 20%를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미세먼지 시즌제를 적용하는 지자체는 서울이 처음이다.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의 모든 관용·근무자 차량을 대상으로 2부제가 시행된다.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이 시영주차장을 이용하면 50%의 할증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대형건물 328개소에 대해 적정난방 온도(20도)를 준수하고 있는지 점검할 예정이다. 도로 청소 주기도 야간 1회에서 주·야간 각 1회로 확대하고 물청소 가능한 외부기온을 5도 이상에서 3도 이상으로 낮춘다.
공사장에 대한 단속도 강화된다. 내년도 시즌인 오는 2020년 12월부터 관급·환경영향평가 대상 민간공사장(연면적 10만㎡ 이상)에서 지난 2005년 12월31일 이전 제작된 롤러와 로더를 사용할 수 없다. 기존 5종 기계(덤프·레미콘·펌프카·굴착기·지게차)에서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다만 미세먼지 시즌제의 핵심인 5등급 차량 상시 제한은 바로 시행되지 않는다. 서울시는 12~3월 평일 오전6시~오후9시 5등급 차량의 운행을 제한할 예정이며 수도권 전역에 함께 적용하기로 경기도·인천시와 포괄적 협의를 마친 상황이다. 서울시는 5등급 차량의 운행 제한으로 12~3월 서울 미세먼지 발생량의 14%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행 근거가 되는 미세먼지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늦어져 12월에 바로 시행할 수 없었다. 박 시장은 “온 국민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정기국회 이전에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며 “서울시는 조례안까지 상정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12월 정기국회 법안 통과→같은 달 20일 시의회 조례 통과→내년 1월 홍보→2월부터 시행’을 목표로 잡고 있다.
법안 통과는 미지수다.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는 정기국회에서 환경 법안소위를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환노위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소위가 안 열리고 있기 때문에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법안은 8월에 발의됐는데 아무런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미세먼지가 재난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여야가 이 시즌을 그대로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서울시도 법안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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