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울산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현재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 147명 가운데 42명은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앞으로도 예산 확보가 불투명하다며 원어민 교사를 단계적으로 감축해 나갈 예정이다. 시교육청은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 감축에 대해 울산시가 세수감소 등으로 지난해 30억원보다 25억원이나 줄어든 5억원만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원어민 영어보조 교사 지원 예산은 지난해보다 7억원 가량 늘어난 교육청 예산 35억원을 포함해 총 40억원으로 지난해 58억원보다 18억원이나 줄어든다. 또 시교육청은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를 줄이는 대신 한국 영어 교사의 역량 강화 예산으로 8억원을 배정해 ‘울산형 영어교육’ 모델을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영어교사의 역량을 강화하고, 좋은 교수법을 개발하고 공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울산시와 시교육청은 영어 원어민 교사 예산을 줄이면서도 내년부터 중·고등학교 학생에게 여름과 겨울 교복을 무상으로 지원하는데 올해보다 33억원 정도 늘어난 총 56억원 가량을 투입하기로 했다. 무상교복 사업은 중·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1인당 동·하복 교복을 지원하는 것으로 노 교육감의 공약사업이다. 그동안 시교육청 차원에서 일반 학생을 위해서는 상한액 25만원의 50%를 지원했고, 저소득층과 다자녀 학생에겐 100%를 지원했다. 교복지원 사업은 올해는 시교육청이 자체 예산 32억원으로 진행했지만 내년부터는 울산시와 5개 구·군이 22억여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시교육청은 친환경 무상급식 사업도 올해에 이어 내년에 이어가기로 했다. 친환경 무상급식과 관련해선 울산시는 2018년 9월부터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했고, 올해부터 친환경 급식에 들어갔다. 내년 관련 예산도 시교육청 609억여원, 울산시·군·구 255억원 등 총 864억원으로 올해보다 40억원 가량 증가했다. 이 때문에 울산시와 5개 구·군가 교육청에 지원하는 금액도 올해 915억원에서 내년 96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울산시 안팎에서는 시교육청이 예산 협의 과정에서 원어민 영어교사 예산을 깎는 대신 노 교육감의 공약 관련 예산은 대폭 확충하는 방안을 밀어부친 것으로 보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교육청과 협의 과정에서 교육청 내부 사정에 의해 결정된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울산시교육청은 “내년 2월 계약이 만료되는 42명에 대해 계약을 하지 않지만, 나머지는 계속해서 담당한다”며 “원어민 보조교사 제도를 아예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학부모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무상교복 지원으로 경제적 부담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시 교육청이 영어 공교육이 부실해지면 결국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예산안은 시의회 심의를 거쳐 다음달 13일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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