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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레오의 테이스티오딧세이]깊은 단맛에 감칠맛까지...임금님 수라상에 오른 경기도 분원 배추





경기 광주시 남종면 분원리는 도자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예부터 분원 도자기는 궁궐이나 사대부 양반들이나 사용할 수 있었던 귀한 도자기였다. 하지만 도자기 작업장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배추가 유명세를 탔다. 배추가 서울에 들어가면 여주에서 가져와도 분원배추, 이천에서 가져와도 분원배추라고 할 정도로 특별했다고 한다.

당시 30만 평 가까이 넓은 논과 밭을 보유했던 분원은 주로 밭농사를 중심으로 농업을 해왔으며 그중에도 배추가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해방 전까지만 해도 400호가 넘는 집 중에 20~30호를 제외하고 모든 주민이 배추농사를 짓고 있었다고 한다.

분원은 남한강과 북한강, 경안천 세 곳의 물이 만나는 곳으로, 큰비가 오면 경안천 물이 좁은 개천을 타고 내려오다가 분원리 앞에서 유속이 느려지면서 분원리 벌판에 개흙이 가라앉게 되는 지형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분원은 땅을 몇 길을 파도 돌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운 흙으로 이뤄졌다. 또 산악지대에서 흘러나온 황토, 토사 등으로 이뤄진 충적토 지형이기 때문에 유기물질이 풍부해 매우 비옥한 땅이었다.

지형적 특성상 강이 인접해 있기 때문에 홍수에 취약한 단점은 있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라도 분원 땅에 배추를 경작할 만큼 분원리 일대의 토질이 좋아 모두가 위험을 감수한 채 배추 농사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한때 분원 배추를 사기 위해 동대문시장, 청량리시장, 중앙시장(현 중부시장) 등 서울 3대 시장 상인들이 가을만 되면 배추를 사러 왔을 정도였다.

분원리의 역사민속에 따르면 김장철이 되면 여기 강에 배가 수백 척이 늘어서서 광나루부터 마포까지 이 분원 배추가 가지 않는 곳이 없이 전부 분원에서 배로 배추를 이동시켰다고 한다. 실제로 분원 지역은 건강한 토질에서 자라기 때문에 작물들이 병충해에 강하다. 또 인근에 있는 서울이나 광주보다 기온이 3~4℃가 낮으며 일교차가 높기 때문에 배추의 깊은 단맛이 더 많이 느껴지며 특유의 감칠맛이 우러나온다고 한다.



분원 배추는 조선 시대에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를 정도로 우수한 품질을 인정 받았다고 하며 해방 후에는 국회의사당 김치에 쓰였을 정도로 최상품의 배추다. 얼마나 품질이 좋고 인기가 있었는지 너도 나도 분원 배추라 주장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자주 있었다고 한다.

해방 이후만 해도 배추가 나올 철이면 서울의 대도매상(지금으로 치면 각 대형마트의 바이어 들일 것이다)들이 이곳 분원에 와서 배추를 구매하기 위해 진을

치고 지금은 없어진 분원채소조합의 중개인들과 거래를 하거나 계약을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분원 배추는 현재 명맥이 끊긴 상태다. 현재 분원 지역 농가들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예전 분원 배추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좋은 요리의 최우선 순위는 최상의 식재료기 때문에 분원 배추의 복원은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식탁이 있는 삶’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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