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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탈]논란의 '타다' 직접 몰아본 기자, 별점과 수익 공개합니다

세모탈 : 세상 모든 탈것들의 이야기

논란의 '타다 드라이버' 직접 해보니

10시간동안 119km, 총11분 손님...

실제 운행해보고 느낀 것은?



타다 드라이버가 된 기자




# 세모탈 1회(기사보기) 기사가 나간 뒤 연락을 많이 받았다. 그중 한 곳이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TADA)’였다. 타다 드라이버가 되는 과정부터 운행까지 솔직하게 체험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는데 답변을 차일피일 미뤘다. 대신 이 회사 홍보팀 몰래 기사공급업체에 직접 드라이버 지원서를 신청했다.

지난 화요일(26일) 기자는 타다 드라이버로 취업했다. 타다는 11인승 렌터카 기반 실시간 차량호출 서비스다. 지난해 10월 서비스 시작 후 과속 없는 안전 운행, 쾌적한 승차환경과 친절한 서비스, 승차거부 없는 편리함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요 예측과 최적화 배차 시스템으로 고객과 드라이버의 대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현재 서울, 경기, 인천 등 30곳 차고지에 1,400대의 차량이 움직이고 있으며, 타다 드라이버로 등록된 사람만 11,000명이 넘는다.

그러나 현재 타다는 ‘사면초가’다. 불법 유상운송 논란으로 택시업계와의 갈등이 깊어진 탓이다. 급기야 검찰은 타다 운영사인 박지웅 VCNC 대표와 모회사 쏘카의 이재웅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국회는 일명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연내 통과시킬 계획이다.

타다 시스템이 배차해 준 손님을 태우러 가는 길. 차가 많이 막혔다. 너무 멀리있는 손님의 콜이 잡혔을 땐 손님이 먼저 배차를 취소하기도 했다.


기자는 타다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드라이버가 돼 보기로 했다. 타다 드라이버들의 고충도 실제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체험 당일 일반 드라이버 지원자들과 함께 교육 받고, 근무 시간도 동일하게 진행했다.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10시간 동안 흰색 카니발을 운전하면서 총 11분의 손님을 모셨는데 남녀 직장인, 아기를 안은 엄마, 학생, 모녀 등이 내 차를 탔다. 이날 이동한 거리는 총 189km였고 20만 4,000원의 운행 수입을 얻었다. 드라이버의 수입은 아래에서 공개할 것이다.

■ “고민해보고 지원하세요” 드라이버 되기 쉽지 않네

인터넷에서 타다 드라이버 채용 공고를 찾아 입사 지원 버튼을 눌렀다. 근무 희망지역과 희망 요일 등만 입력하면 끝. 간단하다. 그런데 깜깜무소식이다. 처음 두 번은 아무런 답변 없이 거절당했다. 근무 희망일을 ‘주말 및 공휴일’에서 ‘주6일’로 바꿨다. 드디어 연락이 왔다.

우선 전화상으로 여러 가지를 확인했다. 카니발 운전 경험을 묻자 몇 번 있다고 답했더니 ‘몇 번’ 가지고는 안 된다며 못 미더운 눈치였다. 스타렉스는 3년 이상 몬 적 있다고 강조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가족여행 때 카니발 빌려서 탄 경험도 다수 있다고 말한 뒤에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면허 취소나 음주 운전 경력도 물었다. 나중에 증명서도 제출해야 한다.

주5일 이상 근무 가능 여부도 다시 확인했다. 대답을 미적거렸더니 “정말 일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고 판단이 서면 다시 지원하라”며 전화 면접이 종료됐다. 재차 전화해 “할 수 있다”고 말한 뒤에야 추가 면접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희망 근무지(차고지)와 희망 근무시간대를 선택하고 나니, 며칠 뒤에 전화가 와서 “티오(TO)가 한 자리 생겼는데 면접 볼 거면 1시까지 광진구 사무실로 오라”고 했다.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결국 쏘카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서울 을지로 부근에서 열린 또 다른 드라이버 교육에 양해를 구하고 중간에 합류했다. 두꺼운 자료집과 함께 약 4시간 가량 교육을 받고서야 6개월짜리 프리랜서 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 있었다.

삼수 끝에 겨우 드라이버 교육장에 잠입 성공


■ 빡빡한 교육과 드라이빙 테스트까지 마쳐야 ‘합격’

기자를 포함해 4명의 신입 타다 드라이버가 교육에 참석했다. 한 50대 남성은 열흘 정도 타다를 운행해본 뒤 2차 교육을 받으러 왔다고 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풀타임으로 근무하는데 힘들진 않고 오히려 재미있다며 말씀이 가장 많으셨다.

각자에게 지급된 두꺼운 책자엔 확인해야 할 사항이 빼곡했다. 차량 작동법부터 앱 사용법, 사고 발생 시 조치 방법 등 내용이다. 원래는 1일(8시간) 기본 교육에 2차 교육까지 마쳐야 ‘면접 합격’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 당일 1시간 주행테스트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교육을 맡은 업체 팀장은 이 업체에만 1년간 약 3,000여 명의 드라이버 지원자가 있었고 그중 190여 명이 현재 활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합격률로 따지면 6.3%다. 채용 과정은 기사공급업체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까다로운 것은 매한가지다. 타다 특유의 서비스 품질을 유지함과 동시에 손님을 모시는 일이 안전과 직결되는 일이어서 그럴 터였다. 담당자가 불시에 차고지에서 음주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비로소 운전 자격이 갖춰지면, 며칠 뒤부터 각자 선택한 근무시간에 맞춰 차고지로 가면 된다. 배차된 차에 올라 드라이버 앱을 실행시키고, ‘영업중’ 버튼을 누르면 타다 시스템이 대기 장소를 정해준다. 주로 손님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대기지로 이동 중에도 근거리 콜이 있다면 드라이버에게 배차될 수 있다.

오후 5시, 드디어 영업 시작이다. 합정역 부근 차고지로 출근해 배차된 차를 찾았다. 차량 파손 여부와 내외부 청결 상태, 방향제 작동 여부를 확인한 뒤 라디오 주파수를 FM 93.1로 맞췄다. 클래식 채널이다. 이 모든 건 매뉴얼대로다.

출근한 직후부터 휴식시간이 누적된다. 영업중 버튼으로 돌리면 배차가 시작된다. 식사와 화장실 이용 등 잠깐 휴식을 가질 땐 다시 ‘휴식중 버튼’으로 돌리면 된다. 10시간 근무시 실제로는 9시간 근무와 1시간 휴식을 가질 수 있는데, 휴식시간이 1시간을 넘어가면 그날 수당에서 1만원이 삭감된다.




■ 내비 잘못 봤다가 10분 추가...내 별점은 과연 얼마?

앱을 실행시키니 대기 장소가 저 멀리 시청 인근이었다. 이동 중 곧바로 콜이 들어왔는데, 15초 안에 안 받았더니 배차가 취소됐다. 드라이버는 사정에 따라 콜을 자유롭게 거절할 수는 있지만 너무 많은 콜 거절은 업무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패널티가 발생한다. 기자는 이날 10시간 동안 총 3건을 거절했는데, 거절이 많다고 경고가 뜨기도 했다. 오래 일하고 싶으면 사실상 콜을 거절하기 어렵겠다 싶었다.

콜을 수락했다. 첫 손님은 합정역에서 탄 30대 여성 직장인이었다. 드라이버는 손님을 태우기 전까지는 목적지를 사전에 알 수 없다. 타다가 손님을 골라 태우지 못하는 이유다. 손님이 탄 뒤 이름과 목적지를 확인했다. 탑승 후에는 라디오 소리 크기와 내부 온도 등을 일일이 물었다. 드라이버가 공식적으로 손님께 해야 할 말은 총 8개로, 안전과 서비스에 관련된 질문만 할 수 있다.

첫 운행은 나름 성공적이었다. 길을 헤매지도 않았고 적당한 시간에 잘 도착했다. 손님은 5점 별점으로 드라이버를 평가할 수 있다. 드라이버도 손님을 ‘좋아요’와 ‘싫어요’로 평가한다. 드라이버는 별점을 세세하게는 알 수 없고, 평균만 알 수 있다. 손님은 어떤 부분에서 불쾌함을 느꼈는지 드라이버에게 피드백을 줄 수도 있다. 모든 운행을 마친 뒤 기자의 별점도 아래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드라이버가 받은 별점(이용자 평가)과 운행 실적 등을 종합해 드라이버 레벨이 정해진다. 레벨이 오르면 추가 인센티브도 주어진다. 드라이버들은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어간다.


운행이 종료된 뒤 30초의 재정비시간이 주어지고, 이내 다시 콜이 떴다. 두 번째로 도착한 곳은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한 주택가였다. 손님은 곤히 자고 있는 아기와 30대 여성이었다. 안전 벨트까지 착용한 것을 확인한 뒤 조심히 운전을 시작했다. 아기를 깨우지 않는 것이 핵심이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이 도움이 됐는지, 아기는 다행히 깨지 않았다. 미션 성공.

자신감이 막 붙을 때쯤 가장 진땀을 뺀 일이 있었다. 내비를 잘못 봐 도착 시간이 10분 넘게 지연된 것이다. 여의도에서 출발한 차는 꽉 막힌 강변북로를 거쳐 목적지까지 내비 상 1시간도 넘게 걸렸다. 길을 한 번 잘못 든 뒤에는 줄곧 내비가 우회도로로 안내했다. 손님이 마지못해 “어디로 가고 있나요”라고 묻고는 “골목길로만 가는 것 같다”고 나지막이 말하는 게 들렸다. 죄송한 마음에 속도까지 냈다. 시간이 늦어질수록 요금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내 별점이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새벽 1시, 한동안 배차 콜이 뜨지 않아 대기 장소인 동묘앞역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 타다 왜 타시는지 물었다...“습관이 된 것 같아서”

새벽 1시부터 2시 사이에는 콜이 전혀 없었다. 2시가 넘으면 퇴근을 위해 차고지로 가야 한다. 그 순간 배차 콜이 떴다. 손님을 태우니 목적지가 공덕이었다. 이대로 영업이 끝나나 싶었는데 신기하게도 차고지 근처로 배차가 된 것이다. 나중에 물어보니 차량 반납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차고지와 가까운 곳으로 배차가 된다고 했다. 효율적인 시스템이라 여겨졌다. 덕분에 1,400대의 차량이 모두 늦지 않게 각각 제 시간에 도착, 다음 드라이버가 이어서 운행할 수 있는 것이었다.

차고지인 합정역 인근 주차장에 도착하니 다른 차량들도 하나씩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는 이들에게 물었다. 주5일 일한다는 한 40대 여성 드라이버는 “애 키우면서 이 시간대에 일하기 좋아 계속 하고 있다”고 했다. 주 4일씩 계속 일해왔다는 30대 남성은 “다른 일 하면서도 같이 돈 버니까 좋아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루 10시간씩 일하다 5시간으로 줄였다는 50대 남성은 “벌이도 괜찮고 수입이 짭짤하긴 하다”면서 “이만한 ‘꿀’ 직업이 없다”고 덧붙였다.

‘불법’ 논란에도 사람들이 타다 서비스를 애용하는 이유가 궁금해 낮은 별점을 각오하고 일부 손님들에게 물었다. 대부분 “서비스가 깔끔해서”, “불필요한 말을 안 해도 돼서”라고 대답했다. 한번은 손님이 있는 곳까지 20분 가까이 이동해 태운 적이 있었다. 늦은 밤 퇴근하는 40대 손님께 “이렇게 많이 기다리면서까지 타다를 타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손님은 “택시를 기다려도 그만큼 기다려야 한다”면서 “타다를 타는 게 습관이 됐고 기다리는 것조차도 습관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타다 서비스에 ‘혁신’이라는 이름이 맞지 않다고 깎아내리지만, 적어도 타다를 이용하는 사람들과 실제 일을 하는 드라이버들 모두 만족해하는 서비스였다.

타다 드라이버 1일 수입 공개


기자의 일일 근무 운행이력. 총 11건을 수행했고 119km를 운행했다.


타다는 건당 수수료가 아닌 시간당 수수료가 지급된다. 기자는 시간당 1만 원으로 계산돼 총 10시간 10만 원을 벌었다. 여기에 휴식시간 1시간 미사용분은 별도로 합산된다. 기자는 이날 저녁을 먹고 화장실을 이용하느라 휴식시간 중 40분을 썼다. 휴식을 많이 가질수록 액수는 더 깎인다. 또한 피크타임 근무에 따른 탄력요금 적용(시간당 1만 2,000원)과 약정 운행시간 80% 이상 운행 시 추가 수당(야간 2만 원)도 지급된다. 실제 일일 수입이 15만 원이라고 예상했을 때 3.3% 세금을 뺀 나머지 14만 5,000원을 드라이버가 지급 받게 된다. 시간당 1만4,500원 꼴이다. 쏘카 측은 10시간씩 25일을 근무했을 때 312만원 가량의 수입을 가져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의 별점 평균은 4.25점이었다. 드라이버는 평균 별점만 알 수 있어 다음 운행 때 자신의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참고하게 된다. 4.25점은 다른 드라이버에 비해 낮은 편이다. 물어보니 4.6점 정도가 평균이라고 했다. 만약 기자의 별점이 전체 평균보다 꾸준히 낮게 나온다면 문제가 있다고 판단, 기사공급업체가 드라이버에게 개선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업체 관계자는 “별점 제도에 대해서 사람들은 ‘눈치’ 본다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드라이버들은 스스로 개선하려고 노력한다. 별점이 높을수록 인센티브로 받는 수당도 더 많아지는 구조이고, 그만큼 타다 서비스도 개선되는 것이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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