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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케어'發 재정 위기…복지부, 건보 곳간 살핀다

건보 재정 건전성 위기감 커지자

1년간 총체적 점검 연구용역 발주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의 중장기 재정상태 점검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정책인 소위 ‘문재인케어’가 3년째를 맞으면서 건보재정 건전성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자 전면점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기사 3면

2일 의료업계 및 정부부처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건보 중장기 재정운영 방향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구기간은 지난달 20일부터 오는 2020년 11월18일까지다. 현재 연구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수행하고 있다. 1년 동안 건강보험 재정상태 추이를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건강보험법상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 지원 기한이 2022년 말 종료된다”며 “그동안 건보 중기재정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한 적이 있지만,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 지원 금액, 보험료율, 적정 적립금 규모 등을 총체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의료비 증가와 문케어에 따른 지출 증가 등으로 건보재정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관리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문케어 시행에 따른 부작용은 크게 늘고 있다. 장정숙 대안신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뇌·뇌혈관 MRI 급여화 직후 6개월(지난해 10월~올해 3월) 전체 MRI 촬영 건수는 149만5,000건으로 직전 6개월(지난해 3~9월, 73만건)의 2배로 불어났다. 전문가들은 당장 내년부터 정부가 척추질환 MRI 급여화를 시행할 경우 건보재정이 백척간두의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이사는 “문케어의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 폭증해 정부가 건보 체계를 총체적으로 들여다보려는 것 같다”며 “내년에 척추 MRI까지 급여화할 경우 급여비 수요가 수조원대로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생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필수의료를 중심으로 건보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보험적용 늘리자 과잉진료...‘척추 MRI’ 급여화 땐 통제 불능



‘문재인케어’에 따른 건보 적용 혜택으로 MRI 촬영 건수가 두 배 이상 증가한 가운데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가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권욱기자




보건당국인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시스템에 대한 전면 점검에 나선 것은 과잉진료로 인한 지출 증가 등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하 문재인케어)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가뜩이나 고령화 속도가 가팔라져 노인 의료비 지출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급여 적용 대상을 크게 늘리자 재정 지출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정부 당국도 이대로 가다가는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8월 문케어 시행 이후 의료 지출이 급속도로 늘면서 건보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급여비는 60조1,121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13%나 증가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9.8%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증가율이다. 정부가 2017년 7월 건보 재정 누적적립금 20조원 중 10조원을 활용해 오는 2023년까지 당시 62.7%인 건보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천명한 후 급여화의 고삐가 풀리면서 의료비가 폭증하고 있는 것이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2·3인 병동 사용이나 자기공명영상(MRI)을 급여화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환자의 생명과 관련이 없는 것인데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것 대부분을 급여화하겠다’고 천명한 탓에 국민들의 도덕적 해이만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필수의료를 제외하고 지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장 건보공단이 발표한 ‘2019~2023년 중장기 재무 전망’을 살펴봐도 건보 부채비율은 올해 74.2%에서 2023년에는 올해의 두 배 수준인 132.9%까지 뛸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와 건보공단은 “현재의 적자 추이가 계획된 범위”라고 앵무새처럼 반복하지만 건보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기관과 전문가는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보 재정은 올해 3조2,000억원 수준의 당기수지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8월 말 19조6,000억원인 누적적립금도 17조4,00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적립금 소진 속도가 빨라지면서 정부 안팎에서 건보 재정 건전성에 의문부호를 나타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올 10월 국회예산정책처 역시 문케어의 지출 증가로 건보 누적적립금이 기존 예상보다 3년 앞당겨진 2024년에 소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재정에 대한 불안감은 건보공단 내부에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건보공단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 임기 내에 10조원의 적립금을 모두 사용했는데도 건보 보장률이 70%에 도달하지 못했을 경우 공단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거나 임금을 삭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건보공단은 2001년 의약분업 이후 적자가 발생하자 여러 차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바 있다.

문제는 과잉진료의 부작용이 지금까지는 서막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의료계에서는 당장 척추질환에 대한 MRI가 급여화될 경우 정부에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급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박종협 대한의사협회 이사는 “직장인들 가운데 허리 통증으로 고통을 겪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디스크 환자가 많다”며 “뇌·뇌혈관 질환의 경우도 급여비가 수천억원대 증가하는 데 그쳤는데 1,000만명이 넘는 직장인들이 한 번씩 척추 MRI를 찍겠다고 나선다면 급여비는 수조원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도 “정부는 2023년까지 급여 재평가 등을 통해 급여비의 3%를 절감한다고 하지만 재정절감 대책의 이행 여부 및 실적에 대해 명확한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재정절감 효과가 나타났다고 하더라도 급여비 지출액은 많이 증가하는 상황이며 서비스 과다 이용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미흡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현재는 누적적립금이 쌓여 있기 때문에 정부와 공단·환자 모두 안 쓰는 사람이 바보라고 할 정도로 보건의료 지출을 늘리는 데 혈안이 돼 있다”며 “베이비붐세대가 본격적으로 노인세대로 편입되며 노인 의료에 대한 수요가 향후 10년간 급속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반드시 지출 효율화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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