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011170)이 계열사인 롯데액셀러레이터와 손잡고 유망 벤처기업 투자를 위한 펀드를 조성한다. 롯데케미칼이 개별적으로 협력사 및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에 나선 적은 있지만 단독으로 롯데액셀러레이터 펀드를 조성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펀드 조성을 계기로 롯데그룹의 화학 벤처 투자가 확대될지 관심이 쏠린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롯데케미칼이노베이션 1호 펀드’에 49억원을 출자한다. 총 조성 규모는 50억원, 납입일은 이달 16일이다. 이 펀드는 롯데그룹의 CVC(대기업이 출자한 벤처캐피털)인 롯데액셀러레이터가 운영할 계획이다. 그 동안 롯데액셀러레이터는 롯데쇼핑·롯데하이마트·롯데로지스틱스 등 복수의 계열사가 한 펀드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롯데스타트업펀드1호’ ‘롯데-KDB 오픈이노베이션펀드’ 등을 조성, 운영해왔다. 롯데케미칼도 ‘롯데스타트업펀드1호’에 30억원을 출자 한 바 있지만 단독 펀드 조성은 처음이다.
그 동안 롯데액셀러레이터는 편의점 배달 대행 서비스 등 그룹의 주력 사업인 유통 및 물류, 금융기업에 대한 투자를 주로 했다. 롯데케미칼과 조성하는 펀드는 주로 화학 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에 쓰일 것으로 분석된다. 계열사로부터 출자받아 투자하는 CVC들은 출자 회사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관련된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펀드 조성으로 롯데가 그룹 차원에서 추진해온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경쟁력 확보 전략이 유통·물류 뿐 아니라 화학계열사까지 확대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일본과의 무역 분쟁으로 관심이 커진 국내 소재기업 육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 측은 “이번 펀드는 화학 벤처에 대한 시범적 투자 차원에서 조성된다”며 “(시범적 차원에서 조성되는 만큼)규모가 50억원 정도로 기존의 오픈이노베이션펀드(조성 규모 627억원)에 비해 크기가 작다”고 설명했다. 다만 벤처캐피탈(VC) 업계는 타 계열사 출자 없이 화학계열사가 단독으로 투자에 나선 것에 주목하고 있다. 당장 케미칼펀드의 규모는 작지만 운영성과에 따라 화학 업체에 대한 그룹차원의 투자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민석기자 se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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