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운송업자들이 운행시간을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하는 8/5제 도입에다 서울 성수동과 풍납동에 있는 삼표 레미콘 생산공장의 외곽이전 등이 겹쳐 내년 서울 시내 주요 공사현장에 ‘레미콘 품귀’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레미콘 업계에 따르면 개인 사업자 신분인 레미콘 운송업자들은 운행시간을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하는 8/5제를 2016년부터 적용하고 있다. 운행시간 제한은 레미콘 운송업자들에게는 업무강도를 완화해 주는 것이지만, 내년 착공 예정인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기초공사 때는 1~2일을 쉼 없이 타설을 해야 하는 시공사로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8/5제 시행 전에 기초공사에 들어갔던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경우 32시간 연속으로 트럭 5,300대 분량의 레미콘이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서울시내 대형 건설공사장의 경우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묵은 이슈인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 이전 추진도 레미콘 품귀를 부채질 할 가능성이 커졌다.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의 경우 서울 전역의 공사 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지만, 내년 총선 등을 앞두고 환경오염 문제 등의 이슈가 불거져 이전 요구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물·시멘트·골재를 섞을 때 분리 현상을 방지하려면 ‘믹싱’ 작업 후 레미콘을 공사 현장까지 늦어도 90분 내 운송해야 한다”며 “삼표 레미콘 공장이 서울 외곽으로 이전하면 그만큼 운송비용 부담은 물론 서울시내 공사 현장의 레미콘 공급에도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풍납동 삼표공장 역시 문화재 보호를 이유로 이전을 눈앞에 두고 있어 레미콘 품귀에 따른 서울시내 공사현장의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풍납동 삼표공장의 일일 생산 규모는 3,000㎥으로, 내년 1월 10일 토지 소유권이 삼표에서 송파구청으로 넘어가면 레미콘 생산이 전면 중단돼 물량 부족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서울 시내 레미콘 공장들이 하나 둘 외곽으로 이전되고 있다”며 “서울시내에는 천마나 신일 레미콘 공장밖에 없어 GBC 착공 등이 겹치면 서울의 레미콘 공급이 원하는 규모만큼 제때 이뤄지기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실시로 아파트 재개발 계획이 좌초되면서 공사물량이 급감해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GBC 착공 소식이 그나마 가뭄의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레미콘 업체가 8/5제 시행과 공장 이전 이슈 등으로 속빈 강정이 될 수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공장 외곽 이전에 따른 레미콘 운송비용 부담이 커지는 데다 8/5제 시행에 따른 적시 공급을 하느라 운송업자를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어서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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