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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대우회장 별세]"다음 세대 위해 희생하자"…고인 되새기는 조문객 줄이어

"인재양성 등 사업 계속 하시지 못해 안타까워…오랫동안 고생해 애통"

"해외 청년사업가 양성사업(GYBM)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빈소에서 조문객이 조문하고 있다./수원=연합뉴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님은 저희와 평생을 같이 지내신 분입니다. 어떻게 보면 가족이기도 하고 큰 스승이십니다. 생전 다음 세대, 후진을 잘살게 하기 위한 ‘희생’을 강조하셨습니다. 희생이라는 말이 생소하던 그때(대우 초창기)도 우리 대우인들은 그 뜻을 받아들이고 지금도 실천하고 있습니다.

10일 오전 수원 아주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차려진 빈소에는 김 전 회장을 애도하는 가족들과 고인의 뜻을 기리는 옛 대우그룹 관계자들 등 조문 행렬이 줄을 이었다.

고인은 건강 악화로 아주대병원에서 지난해 12월부터 1년 가량 입원 치료를 해왔다. 김 전 회장은 9일 오후 11시50분 별세했다. 고인은 평소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지난 7일부터 급격히 폐렴 증세가 악화했다. 이후 가족들은 마음의 준비를 했고 고인은 9일 밤 부인과 자녀, 손주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에 들었다.

김 전 회장은 임종 전 별다른 유언을 남기지 않았지만 평소 ‘희생 정신’을 강조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 초기 멤버로 참여해 조선, 중공업 등 대우그룹 계열사를 두루 거친 김태구 전 대우자동차 회장은 “김 전 회장은 후진들을 잘살게 하기 위한 희생을 강조했다”며 “대우세계경영연구회에서도 해외에서 활동할 후배들을 양성할 정도로 희생 정신을 끝까지 실천해왔다”고 설명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9일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사진은 1998년 6월 11일 전경련회관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는 당시 김우중 전경련 차기 회장 모습./연합뉴스


이날 조문객 사이에서는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김태구 회장은 “김 전 회장님이 오랫동안 고생을 하신데다가 활동을 못하셔서 다들 애통해하고 있다”며 “인재양성 등 사업을 더 활발히 하셨으면 좋았을 텐데 못하셔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대우세계경영연구회는 GYBM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GYBM은 해외 대학과 협력해 현지에서 우리나라 청년들을 교육하고 해당 국가에 취업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중급 이상의 어학 능력을 갖춰 현지 기업에서 경험과 실력을 쌓아 창업까지 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를 세워 ‘김우중 사관학교’로 불린다. 2011년 베트남에서 1기 40명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베트남과 미얀마, 인도네시아에서 1,000여명을 배출했다. 올해도 150명을 선발해 지난 7월부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생전 김 전 회장은 “청년들이 해외에서 창업하고, (해외로) 수출하는 게 좋은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이런 과정을 하다 보면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많은 네트워크가 생기고, 그 나라에서 수출을 늘리고, (기업체의) 지점이 생겨서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태구 회장은 출장 경험 하나를 꺼내며 생전 고인을 추억했다. 한번은 김 전 회장과 유럽에서 돌아오는 길에 홍콩을 들렀는데 방이 없어 한방에 묵었다며 그는 “깜빡 잠이 들었다가 새벽 4시경 깨니까 회장님이 방 한 구석에 책을 읽고 있었다”며 “언제 주무시냐 물으니까 오전 8시 조찬이 있어 못 일어날 것 같다면서 밤을 꼴딱 샜다”고 떠올렸다. 생전 고인은 부족한 잠은 비행기, 차량 이동 시간 중간 쪽잠으로 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면 전 김 전 회장은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또렷이 알아본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구 전 회장은 “돌아가시기 열흘 전 회장님을 뵀는데 밝은 표정으로 반겨 주셔 참 행복했다”고 말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9일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3월 22일 서울 힐튼 호텔에서 열린 대우그룹 창업 50주년 기념식 행사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연단에서 내려오는 김 전 회장 모습./연합뉴스


이날 빈소는 비교적 소박하게 차려졌다. 생전 김 전 회장은 주변에 “요즘 장례 문화가 많이 달라지고 있는 만큼 소박하게 조촐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여러 번 밝혔다. 대우 측은 사전에 조문객들의 조화와 부의금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빈소에는 현직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계 인사들과 대우 계열사, 문화 예술계 인사들이 보낸 조화가 속속 들어오고 있다. 장례는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천주교식으로 진행된다. 영정 옆으로는 김 전 회장이 다녔던 성당에서 보낸 근조기가 걸렸고, 위패에는 김 전 회장의 세례명인 ‘바오로’가 함께 쓰였다.

이날 조문객으로는 홍성구·장영수 전 대우건설 회장, 추호석 전 대우중공업 사장, 신영균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김석환·강병호 전 대우자동차 사장, 유기범 전 대우통신 사장, 박형주 아주대 총장,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등이 다녀갔다. 이날 오후 3시께는 해외 출장 일정이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대신해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등이 부의할 예정이다.

경제·경영계도 애도의 뜻을 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우리기업의 글로벌 경영의 효시이자 한국 경제발전 성공의 주역이신 김우중 회장께서 별세하신 데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무엇보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장 앞서서 개척하셨던 회장님의 기업가 정신은 경제계를 넘어 우리 사회에 오래도록 귀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김 전 회장은 세계 경영을 내다보는 선견지명과 해외수출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대우그룹을 국내 정상의 기업으로 이끌었고 우리나라가 자동차·조선·중공업 산업 분야에서 고도화의 내실을 다지고 세계적인 수출국가의 대열에 합류하는 데 크게 기여하셨다”며 “고인의 기업가정신과 경영철학, 국가 경제발전을 위한 헌신을 이어 받아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산업 고도화를 통한 국가경제 발전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애도를 표했다.

정치계에서도 추모의 물결이 줄을 이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도 각별한 관계였으며 야당 때부터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애도를 표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김 전 회장과 독대한 일화를 소개하며 “김 회장님께서 준비하신 자료를 가지고 외환위기 극복은 수출만이라며 혼신을 바쳐 당선자께 브리핑하시던 열정적 모습에서 ‘저런 실력과 열정이 대우를 창업 성장시켰구나’하고 강하게 느꼈다”고 당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영결식은 오는 12일 오전8시 아주대병원 별관 대강당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장지는 김 전 회장의 모친 선영이 있는 충남 태안군에 마련될 계획이다.
/수원=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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