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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0% 관세의 이면





0.94%. 미국 상무부는 최근 한국 철강업계의 열연강판 제품에 대한 2차 재심 예비판정 결과를 공개하며 이 같은 반덤핑율을 내놨다. 상계관세는 0.58%에서 ‘미소 마진(수입 가격과 수출 가격이 큰 차이가 없음)’에 해당하는 0.45%로 낮췄다. 사실상 무관세란 얘기다. 미국의 반덤핑 공세에 시달리던 한국 철강업체가 한숨 돌렸다는 보도가 잇달았다.

열연강판은 미국이 한국 철강재에 고율의 관세를 매길 때마다 활용하던 좋은 먹잇감이었다. 상무부는 2016년 한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원심에서 석연찮은 이유로 포스코 제품에 대해 58.68%의 상계관세를 물렸다. 그게 시작이었다. 상무부는 소재성 반제품인 열연을 가져다 만든 다수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매겨댔다. 미국 의존도가 높은 송유관·유정용 강관 등 파이프 제품에 집중적으로 수십%대의 관세가 붙은 것은 이 때문이었다.

헌데 철강 시황이 꺾인 가운데 나온 판결이라 의아했다.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무리한 논리를 서슴지 않고 들이대던 그간의 행태를 생각하면 특히 그랬다. 현지 가격 폭락으로 국내 열연 업체들은 미국향 물량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지만, 파이프 업체는 대미 의존도가 높은 터라 여전히 미국에 제품을 밀어 넣고 있다.



판결문을 뜯어보니 낯선 논리가 등장했다. 상무부는 국제 철강 가격이 공급과잉으로 낮게 책정된 상황에서 한국산 철강재 가격이 낮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국 제품이 저가로 수입될 수 있으니 이를 바로잡기 위해 추가 관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저렴한 중국산 원자재(열연)를 가공해 판매하면 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국내 다수 파이프 업체들은 포스코 뿐 아니라 중국에서 열연을 가져다 제품을 만든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모든 철강재에 25% 추가 관세를 수용하든지, 수출 물량을 70%로 줄이든지 선택하라’라고 을러댔다. 한국은 울며겨자먹기로 후자를 선택했지만 미국은 갖가지 이유를 들먹이며 반덤핑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대미 철강 수출은 2010년 이후 최소치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어떤 선택을 하든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었던 것 같다.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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