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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앉은 최태원·구광모, SK-LG 배터리戰 실마리 찾나

정부합동신년회서 담소

양사 대화 가능성 주목

2일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서 구광모(왼쪽 두번째) LG그룹 회장과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LG와 SK는 지난해 4월부터 배터리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재용(오른쪽부터)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 회장, 최 회장./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일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합동신년회에서 나란히 자리를 같이해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배터리 업계의 최대 이슈였던 LG화학(051910)SK이노베이션(096770) 간 소송전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물론 두 회장의 만남 자체만으로 소송전이 끝날 수는 없지만, 이번 만남으로 대화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회장과 구 회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 주최한 경자년 신년회 행사에 함께 참석했다. 5번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이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웃으며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이 모습에 업계 일각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분쟁 해결의 계기가 마련될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부터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놓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국내에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LG화학이 지난해 4월 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제소한 뒤 양사의 분쟁은 특허권 침해 소송 등으로 번졌다.

양사 최고경영자(CEO)인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9월 비공개로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회동 다음날 경찰이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양사가 합의점을 찾기란 불가능해졌다는 관측이 많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최 회장과 구 회장이 직접 만나 배터리 소송 관련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 최 회장과 구 회장은 4대 그룹 총수로서 다양한 공식 행사에 함께 참여하며 친분을 쌓아왔다. 지난해 9월에는 3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명단에 올라 2박3일 일정으로 함께 평양을 다녀오기도 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SK그룹 계열사 직원들과 ‘행복토크’를 한 뒤 기자들이 전기차 배터리 소송에 대해 묻자 “노코멘트”라면서도 “잘될 것”이라고 답했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예비판결은 올 상반기, 최종판결은 하반기에 나올 예정이다.

소송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만큼 소송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폭발적 성장으로 업체 간 더욱 치열한 수주전과 기술 경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850만대로 지난해 예상치 대비 40%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은 연평균 19% 성장해 오는 2030년까지 3,700만대가 판매된다.

올해부터 유럽연합(EU)이 이산화탄소 규제를 본격화하고 중국 당국이 지난달 LG화학·SK이노베이션 배터리 탑재 차량에 2년 9개월 만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점도 전기차 배터리 수요 증가 요인이다. 이주완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전기차 배터리 수요 증가와 공급망 구조 변화로 기존에 협력 관계였던 기업이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하는 ‘무한경쟁’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며 “LG와 SK의 소송전은 선발주자와 후발주자 간 갈등이 수면 위에 부상한 것으로 단지 서막에 불과하다”고 내다봤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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