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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과감한 투자' 주입하자…LNG운반선 싹쓸이, 배터리 점유율은 3위 도약

[창간60주년 기획 -대한민국 경제 돌파구 초격차]

<2>초격차의 성공과 실패 사례

■초격차 만들어내는 조선·배터리

지난해 7월 한상범 전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사내 강연에 의외의 인물을 초대했다. TV나 반도체 등이 아닌 생뚱맞게 조선업 애널리스트를 강사로 초빙했다. 한 전 부회장이 조선업을 주목한 것은 중국의 추격을 떨칠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위해서다. 디스플레이와 조선업 모두 중국의 견제와 추격에 위협을 받고 있지만 조선업은 중국이 넘볼 수 없는 해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제 살 깎아 먹기 식’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판단한 한국 조선업체들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프리미엄 선박에 집중했다. 중국과 격(格)을 달리한 한국 조선업은 지난해 1~10월 누계 기준 LNG운반선 35척 중 32척을 수주하며 압도적 시장 지배력을 자랑 중이다. 한국 조선 3사는 지난 2018년에도 세계 LNG선 발주 중 86%를 수주하며 물량을 거의 ‘싹쓸이’했다.

조선업체의 초격차 전략은 디테일이 좌우했다. LNG운반선은 화물창의 타입이 일본을 앞지를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일본은 선체에 공 모양의 화물창 수 개를 실어놓은 형태인 ‘모스’ 타입의 LNG운반선으로 1980년대를 장악했지만 국내 조선소들은 선체와 화물창을 일체화한 ‘멤브레인’ 타입을 개발해 격차를 단숨에 좁혔다. 선주들은 모스보다 적재 용량이 40% 더 큰 멤브레인을 선호하며 한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세계 시장을 지배했다. 자연 발생하는 증발가스를 100% 액화, 화물창에 집어넣는 ‘완전재액화시스템(FRS)’도 한국 조선산업이 LNG운반선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는 모멘텀이기도 하다.

조선 ‘프리미엄’ 전략, 中 따돌려

화학·정유社도 배터리 전환 성공

물론 이러한 디테일 승부는 과감한 투자가 뒤따랐기 때문에 가능했다. 2000년대 중반 미국의 셰일가스 채굴로 에너지 산업의 중심이 석유에서 가스로 바뀔 것이라는 판단하에 공격적 투자를 유지했던 것이 주도권 확보로 이어졌다. 실제 채산성 등으로 사업성이 낮다고 평가받던 천연가스는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선호 증가 및 운송기술 발달 등이 맞물려 에너지 시장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으며 LNG선 수요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한국 LNG운반선들은 안정성에서도 경쟁국을 압도하고 있다. LNG선은 영하 162도의 액체 메탄을 거친 바다 속에 장기간에 걸쳐 운반하는 역할을 하며 액체 메탄은 조금만 온도가 올라가도 급격히 팽창해 폭발할 수 있다. 한국 업체들은 선박과 저장탱크에 대한 정교한 설계 기술로 이 같은 위험을 없앴다.



한국 경제의 ‘포스트 반도체’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는 발 빠른 투자와 주력산업 전환이 성공의 열쇠였다. LG화학은 20여년 전 만해도 나프타분해시설(NCC) 등을 통해 생산한 에틸렌과 같은 화학 중간재가 주력이었지만 이제는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위(14.2%)의 글로벌 배터리 기업으로 변신했다. LG화학은 1995년 리튬이온전지 개발을 시작한 후 기술 고도화에 꾸준히 매진해 이후 테슬라·GM·폭스바겐 등 글로벌 최고 수준의 자동차 업체와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 화학 사업의 노하우를 배터리 부문에 이식한 것과 캐시카우인 화학 부문 수익을 배터리에 대거 투자한 경영판단 등이 성공 비결로 꼽힌다.

정유업 중심이던 SK이노베이션 또한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오는 2025년 ‘글로벌 톱5’ 업체로의 성장을 꾀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자국 기업 육성을 위한 보조금 정책을 2021년부터 폐지할 예정이라 한국기업들의 점유율 추가 확대도 예상된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독일과 미국 등 내연기관 차량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국가들이 ‘과거의 유산(레거시)’에 취해 전기차로의 전환에 주춤하는 사이 이뤄낸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후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와 각국의 환경규제 강화로 전기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되레 한국 배터리 업체에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이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중국·일본과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기술 주도권을 놓지 말아야 한다”며 “연구개발(R&D) 투자와 함께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철민·한동희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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