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흰쥐의 해가 밝았습니다. 지구촌 경제라는 말처럼 새해에도 글로벌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올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의 주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금리는 미국·유럽·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최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달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이 확정되고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하 등으로 낙관론이 우세합니다. 하지만 중국의 경기둔화, 미국 대선 등 지정학적 리스크 부상 가능성 등으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인데요. 3일 국제금융센터가 낸 보고서를 통해 올해 주목해야 할 글로벌 자본시장의 주요 사항을 살펴보았습니다.
◇전 세계 저금리 기조, 추가적인 금리 인하 여부
=유로존의 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를 재개했고 마이너스 금리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차입자들은 절대 금리 측면에서 유로화 차입이 유리 할 전망입니다. ECB는 지난해 12월 보고서(‘A tale of tow decades: the ECB’s monetary policy at ‘20)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지금보다 두배 낮은 -1.0%까지 낮추더라도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부작용보다 클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1.50~1.7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습니다. 이와 함께 성명서에서는 “전망에 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기존 문구가 삭제돼 미국 금리가 인상되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연준이 낮은 금리 수준을 상당 기간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하며 시장의 우려를 잠재웠습니다. 미·중 무역갈등이나 미국의 경제지표가 악화할 경우 올해 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는데요.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정책금리가 인상되기 전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인플레이션 상승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대목을 시장이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선호)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변동성 확대와 상승·하락의 기로에 선 금융시장
=국제금융센터의 김윤경 전문위원이 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레포(Repo) 시장 금리가 하루 아침에 연리 10%까지 급등한 것에서 보듯이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지 만 변동성 확대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레포시장이란 자금이 필요한 금융회사가 자신의 채권을 담보로 초단기로 돈을 빌리는 시장을 말합니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금융시스템이 잘 돌아가도록 윤활유 역할을 하는 시장입니다. 흔히 환매조건부 채권시장이라고 부릅니다. 하루짜리 초단기 레포 금리는 지난 2014년 이후 꾸준히 올라 지난해 미국 연준 이사회의 금리 인하가 시작됐음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냈는데요.
중앙은행의 채권매입으로 인해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채 거래량이 감소함에 따라 이같은 가격 급등락 현상이 뉴노멀(new normal·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등장한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이 될 소지가 있다고 김 전문위원은 분석했습니다.
또 미국이 사상 최장의 경기확장기를 경신할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미국 우선주의 관련 강경 발언을 강화할 수 있어 세계 금융시장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채권 발행 플랫폼
=유럽중앙은행(ECB)이 공공부문 채권을 우선으로 자동화 계약시스템(EDDI·European Distribution of Debt Instruments)을 도입할 예정인 가운데 활성화 여부가 주목됩니다. 블록체인 등을 활용해 기존에 계약이 체결되고 이행되기까지 필요했던 수많은 문서작업이 간소화하거나 자동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인데요. 2018년 세계은행(IBRD)이 세계 최초로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Bond-i 채권을 발행한 이후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기술 개발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간부문에서도 블록체인 금융서비스 회사인 Nivaura, Origin 등이 채권 발행 플랫폼 개발을 추진 중입니다.
◇영국 브렉시트 이후 유럽 은행권 경쟁력·규제(TLAC) 정비
=우르술라 유럽집행위원회 의장과 라가르드 ECB 총재의 새로운 리더십하에서 유럽이 결속을 강화하고 기후변화 등에 중점을 둔 자본시장 혁신 등이 예상되는 2020년입니다. 또 환경친화적이지 않은 기업들도 자본시장에서 조달이 가능토록 한 트랜지션 본드(transition bond)의 발행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여전히 다수의 투자자들은 그린워시(greenwash·기업이 실제로는 환경에 위해되는 물질을 배출하면서 친환경적인 이미지 광고로 이미지 포장하는 것)에 대한 의구심으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면 월가 은행들에 비해 뒤쳐진 유럽 은행들은 경쟁력 제고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편 유럽 단일정리위원회(SRB·single resolution board)가 은행들의 총손실흡수력에 필요한 자본(TLAC)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3년간 최대 3,300억유로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TLAC(Total Loss Absorbing Capacity)는 글로벌 대형은행이 위기에 처했을 때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전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금융안정위원회(FSB)가 글로벌 대형은행에 자본금을 추가로 쌓도록 하는 내용을 의미합니다. 이는 2015년 9월 FSB 정례회의에서 합의됐습니다. 대형은행 부실에 공적자금(세금)이 투입되지 않도록 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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