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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5년간 10조 급증...공공기관, 일자리만들기 도구로 전락

[정규직화 후폭풍...'비만증' 걸린 공공기관]

작년 354개 기관 인건비 11%나 늘어 27.7조 달해

정규직 자회사 "고용 보장" 공공기관 신청 이어질듯

공무원 증원 이어 공기업까지 '몸집 비대화' 심화

탈원전, 문케어 등 겹쳐 실적도 곤두박질





정부에 공공기관 지정을 신청한 한국도로공사서비스는 톨게이트 수납원 직접고용을 둘러싼 갈등 속에 지난해 7월 한국도로공사 자회사로 출범했다. 이달 말 개최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최종 지정 여부가 결정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지정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16일 “국토교통부가 도로공사서비스에 본사인 도로공사의 업무 일부를 얹어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직접고용 여부를 둘러싼 노사갈등과 업무의 고유성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할 때 공공기관 신규 지정에 무게가 쏠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도로공사서비스의 공공기관 지정을 계기로 정규직 전환을 위해 설립된 공기업 자회사들의 지정 신청이 줄을 이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무원 채용 확대와 더불어 공공기관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만들기 도구로 활용되면서 공공 부문 비대화 흐름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후폭풍

도로공사서비스의 공공기관 지정 요구는 예견된 수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로공사서비스의 업무 특성 때문이다. 도로공사서비스 직원 대부분은 톨게이트 수납원이다. 고속도로 수납 시스템이 자동화되면서 수납 인력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단계적으로 완전 자동화가 이뤄지면 사실상 도로공사서비스 직원 대부분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지난해 11월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이 톨게이트 요금수납 업무를 두고 ‘없어질 직업’이라고 말했다가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임금 상승률 제한 등이 적용되는데 도로공사서비스는 오히려 공공기관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조직 논리상 역설적이지만 그만큼 고용보장에 대한 직원들의 두려움이 크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도로공사서비스 공공기관 지정 효과는 향후 정규직 전환 목적으로 생겨난 다른 공기업 자회사에까지 퍼질 수 있다. 최근 공항공사 자회사의 경우 보안검색 요원 80여명이 처우 불만에 무더기 퇴사하기도 했다. 실제로 일부 공기업이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감지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세 확대를 위해 자회사 직원들의 노조 가입을 독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자회사 조직 자체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을 뿐 조직이 안착되는 내년 이후에는 공공기관 지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공기업 부담 비효율 부추겨

문재인 정부 1호 공약인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따라 공공 부문의 부담 증가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 354곳은 인건비로 27조7,444억원을 썼다. 1년 전보다 10.8% 늘어난 것으로, 직전연도 증가율 5.8%의 2배 수준이다. 지난 2014년 18조7,520억원에서 5년 만에 10조원이 불었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압박 속에 공공기관 신규 채용은 △2017년 2만2,637명 △2018년 3만3,900명 △2019년 2만3,800명(3·4분기 기준)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도 2만5,600명을 신규 채용해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간다. 다만 아직 상당수 기관들이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을 정도로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의 인력 증가는 비효율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공무원 증원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오는 2022년까지 현장·민생공무원(국가·지방직)을 17만4,000명 늘릴 계획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공기관은 그 목적과 성격에 맞게 공적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곳에 한해 관리하는 것이 옳다”면서 “공공기관이 된다고 곧바로 재정 부담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방만 운영이 이뤄지지 않도록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실적 뚝

정규직 전환 등으로 인한 ‘몸집 불리기’에 탈원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까지 이어지면서 공공기관의 실적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2016년 15조4,000억원에 달했던 공공기관의 당기순이익은 2018년 7,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국내 대표적 공기업인 한국전력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8년 각각 2,080억원, 3조9,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들 기관은 지난해에도 전년보다 실적이 더 떨어졌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전력을 비롯한 에너지 공기업의 부채가 급증하면서 2018년 공공 부문 부채는 1,078조원으로 전년 대비 33조원 이상 늘었다. 비금융 공기업의 부채도 387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조원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금융 공기업 부채 비율은 2018년 20.5%로, 2014년 26.1%보다 크게 낮아졌지만 비교 가능한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에서는 여전히 상위권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2년 전 발간한 ‘재정정책 보고서’에서 “GDP 대비 공기업 부채 비중이 높다. 주의가 필요하다”며 스스로 경보음을 울리기도 했다. /세종=한재영·나윤석·조지원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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