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주소 대신 전화번호 입력만으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온라인 선물하기 서비스가 일상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카카오가 선두주자로 달리고 있는 온라인 선물하기 시장에 e커머스 업체가 잇따라 뛰어들면서 상품군이 대폭 확대되면서다. 최근에는 설 선물세트는 물론 고가의 가전제품, 명품까지 거래되면서 온라인 선물하기가 하나의 구매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선물하기 서비스를 선보이는 e커머스 업체가 증가함에 따라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온라인 선물하기 시장은 3조원 규모에 육박한다. 카카오가 시장 파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e커머스 업체는 상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카카오의 뒤를 따라잡고 있다.
후발주자인 신세계 온라인 통합몰 SSG닷컴은 지난해 12월 ‘선물하기’ 전문관을 신설했다. SSG닷컴에서 판매되는 99%의 상품이 선물하기 서비스를 통해 거래되면서 매출도 불어났다. SSG닷컴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선물하기 서비스의 매출은 전년 대비 51% 신장했다. 지난해 말부터 티몬도 선물하기 서비스 시장에 가세했으며 위메프도 같은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사업성 검토에 들어갔다.
선물하기 서비스를 통해 가장 많이 판매되는 제품은 명품 화장품으로 나타났다. 입생로랑의 ‘베르니 아 레브르 워터 스테인’이 1위를 차지했으며 맥의 립스틱과 이솝의 ‘레저렉션 아로마틱 핸드 밤’이 뒤를 이었다. 최근에는 중저가 상품뿐만 아니라 수백만원대의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었다. 가전, 명품 등 고가 상품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구매해야 한다는 인식과는 상반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고가의 선물 품목에는 400만원대의 스탠드형 TV와 200만원대 프리미엄 패딩, 명품 가방이 주를 이뤘다. 또 100만원대 상품으로는 냉장고, 건조기, 안마의자, 와인 냉장고 가전제품도 많이 판매됐다.
설 선물세트도 온라인 선물하기를 통해 주고받고 있다. SSG닷컴이 최근 2주간 선물하기 인기상품을 살펴본 결과, 사과·배 혼합 과일선물세트(1위), 한우 1+등급 구이세트(3위), 영광 법성포 참굴비 선물세트(6위) 순으로 많이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세정 SSG닷컴 서비스기획팀 담당자는 “특히 가전 상품은 집들이 선물이나 부모님께 선물용으로 드리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무거운 상품을 직접 들고 갈 필요가 없고 설치 일정을 구매자가 논의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선물하기 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편리함을 우선시하는 소비 성향이 있다. ‘편리미엄(편리한 것이 곧 프리미엄)’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상대방을 위한 선물을 고른 후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수령인에게 자동 배송되는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 선물하기 시장은 ‘비대면(언택트)’ 환경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가 이끌고 있다. 전화번호만 알고 있으면 수령인의 주소를 일일이 확인할 필요가 없어 의사소통 단계를 줄일 수 있다.
실제로 SSG닷컴 선물하기 서비스의 주요 고객층인 2030 세대가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SG닷컴 관계자는 “온라인 선물하기를 이용하면 상품 결제는 주는 사람이, 그 이후 옵션 선택 및 수령 과정은 받는 사람이 책임지면 된다”면서 “어떤 색상과 형태를 선호하는지 물어본 뒤 배송 주소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훨씬 편리하다”고 말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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