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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인건비 급증' 公기관…'국민부담' 부메랑 되나

지난해 공공기관 인건비 27.7조…5년 새 10조 ↑

'근로자 5,100명' 道公 자회사도 公기관 전환될듯

정규직화 후폭풍에 갈수록 비대해지는 공공 부문

한전·건보 등 실적 곤두박질에 방만경영 우려 심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에겐 늘 ‘철밥통’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습니다. 민간 기업과 달리 상당수가 성과 대신 연차에 따라 급여가 올라가는 호봉제를 고수하고, 또 시대 변화에 걸맞은 혁신은 두려워하는 듯한 이미지가 국민들 마음속에 강하게 박혀 있기 때문이겠죠.

특히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를 내걸고 출범한 이후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정규직 전환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공공기관의 규모가 갈수록 비대해지고 있습니다. 정규직 전환의 후폭풍에 신규 채용 압박까지 더해져 공공기관 정원은 이미 4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인건비 지출도 최근 5년 새 무려 10조원이나 급증하면서 공공 부문의 방만 경영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모습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도로공사의 자회사이자 전체 인력이 5,100명에 달하는 한국도로공사서비스는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에 공공기관 지정을 신청했다고 합니다. 기존에는 영업소별로 개별용역 업체 형태로 흩어져 있다가 지난해 7월 도로공사 자회사로 출범한 이 기관은 고속도로 톨게이트의 요금 수납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전체 근로자의 약 70%는 최근 강경파인 김동명 위원장을 수장으로 선출한 한국노총 소속입니다. 전원 정규직 근로자로 구성된 공기업 자회사가 거대 노총의 입김을 등에 업고 공공기관 지정을 요청한 것이죠.

기재부는 도로공사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의 협의를 거쳐 이달 말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인데, 정부 내부에서는 업무의 고유성 등을 고려할 때 이 자회사의 공공기관 지정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입니다.

지난해 12월6일 민조노총 소속 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원들이 경북 김천시의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앞에서 사측의 직접고용 의무에 대한 1심 판결을 앞두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천=연합뉴스


자회사 노조가 공공기관 전환을 원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고용에 대한 불안감 때문입니다. 이미 고속도로 수납 시스템이 자동화되면서 수납 인력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 향후 완전 자동화가 이뤄지면 사실상 도로공사서비스 직원 대부분이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11월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이 톨게이트 요금수납 업무를 두고 ‘없어질 직업’이라고 말했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죠.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임금 상승률에 제한을 받게 되는 것을 알면서도 고용 보장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앞으로 정규직 전환 목적으로 생겨난 다른 공기업 자회사에까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공항공사 자회사의 경우 보안검색 요원 80여명이 처우에 불만을 품고 무더기 퇴사하기도 했고 일부 공기업이 설립한 자회사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세 확대를 위해 자회사 직원들의 노조 가입을 독려하고 있기도 하고요.



1715A03 연도별 공공기관 인건비 총액


‘공공기관의 비대화’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 354곳은 인건비로 27조7,444억원을 지출했습니다. 지난 2014년(18조7,520억원)과 비교하면 5년 만에 10조원이 불어난 셈입니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압박에 공공기관 신규 채용도 △2017년 2만2,637명 △2018년 3만3,900명 △2019년 2만3,800명(3·4분기 기준)으로 증가 일로입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공무원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오는 2022년까지 현장·민생공무원(국가·지방직)을 17만4,000명 늘릴 계획입니다.

이처럼 ‘몸집 불리기’는 계속되는데 탈(脫)원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까지 이어지면서 공공기관의 실적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습니다. 2016년 15조4,000억원에 달했던 공공기관의 당기순이익은 2018년 7,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국내 대표적 공기업인 한국전력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8년 각각 2,080억원, 3조9,000억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이들 기관은 지난해에도 전년보다 실적이 더 떨어졌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물론 공공기관의 규모가 커지는 것이 그 자체로 비난받을 일은 아닙니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고 배치해 효율적으로 기관을 운영한다면 나무랄 일이 아니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남유럽이나 남미처럼 파산 위기에 내몰린 나라들은 모두 공공 부문을 방만하게 운영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전문가들은 소방관처럼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부문이 있는가 하면 상당수 주민센터처럼 불필요한 인력으로 넘쳐나는 곳도 많은 만큼 적절한 직무 분석과 규모 산정을 통해 공공 부문의 효율을 극대화하지 않으면 한국도 심각한 재정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공기관의 규모가 확대되면 결국 세금을 내는 국민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인력과 인건비 지출 수준을 면밀하게 살펴보면서 공공 부문의 효율화 방안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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