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간거래(P2P) 업체인 팝펀딩 관련 사모펀드가 잇따라 만기 상환에 실패하면서 최소 수백억원대로 알려진 유사 펀드의 상환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리아에셋증권은 팝펀딩과 손잡고 500억원가량의 ‘코리아에셋 스마트플랫폼’ 사모펀드 시리즈를 내놨다. 이 펀드들은 오는 2~4월 만기가 돌아올 예정이다. 또 JB운용이 팝펀딩과 함께 출시한 약 80억원 규모의 ‘오픈마켓사모펀드’도 2월 말 만기를 앞두고 있다.
문제는 팝펀딩이 주선한 이들 펀드가 최근 만기에 원리금을 돌려주지 못하면서 향후 남은 펀드들의 상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본지 1월30일자 1·6면 참조
하나금융투자에서 판매한 팝펀딩 투자 펀드 ‘코리아에셋 스마트플랫폼 3호’가 지난 26일 만기였으나 상환이 6개월 연기됐다. 이 펀드는 50억원 규모였다. 또 한국투자증권에서 판매한 70억원 규모의 ‘자비스 팝펀딩 홈쇼핑 벤더 5호’ 사모펀드가 21일 만기를 맞았으나 투자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했다.
팝펀딩은 홈쇼핑이나 오픈마켓의 판매업체(벤더) 등에 재고 자산을 담보로 잡고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자금을 모아 이들에게 대출을 해준다. 업체들이 물건을 팔아 투자자들에게 상환해야 하지만 물건 판매가 예상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펀드 상환이 미뤄지고 있다. 이들 사모펀드는 대부분 6개월~1년 만기로 수익률은 연 5%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팝펀딩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금융혁신사례로 꼽으며 지난해 말 현장 방문을 했던 회사이기도 하다. 앞서 10여개가 넘는 펀드들이 예정대로 상환되면서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수익을 돌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판매가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만기를 못 맞추거나 곧 도래할 만기를 앞두고도 자금 마련이 어려운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운용사와 판매사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담보로 잡은 물건들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최악의 경우 자산을 경매 처분하는 등의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코리아에셋증권 관계자는 “아직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펀드들은 대부분 동산 담보와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문제없이 만기 상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커지는 사모펀드 시장 불안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사모 전문 운용사는 50곳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사모 전문 운용사는 전년 말보다 48곳 증가한 217곳으로 또다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4분기 사모 운용사가 7곳 증가한 데 이어 2·4분기 10곳, 3·4분기 14곳, 4·4분기 17곳으로 증가 규모가 점차 커졌다. 사모 운용사가 급증하며 경쟁도 심화돼 상당수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3·4분기 경우 217곳 가운데 113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적자 운영사들이 좀 더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에 자산을 투자하면서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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