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인 KCGI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을 우군으로 등에 업으면서 기사회생했다. 주주 권익을 해쳐온 오너일가인 조 전 부사장과 전격적으로 손을 잡으면서 명분과 실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됐다. 한진칼(180640) 이사회 자리를 시작으로 다양한 부분에서 목소리를 키워갈 것으로 보인다.
KCGI는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조 전 부사장, 반도건설과의 협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지난 1월 중순 두 차례에 걸쳐 김남규 KCGI 부사장, 조 전 부사장, 신동철 반도건설 전무 등이 만난 것으로 알려지자 강성부 KCGI 대표는 “내가 모르게 이런 모임을 할 수는 없다”며 부인하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은 땅콩 회항을 통해 대한항공 주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친 인물이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그룹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전격적으로 협력이 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 KCGI가 한진 대주주 일가의 힘을 빼고 사외이사의 경영 참여를 늘리는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올해 한진칼 주총을 놓치면 KCGI는 조원태 회장 체제의 공고화를 막기 힘든 상황이었다. 2018년 주총에서는 법원이 KCGI의 주주자격을 문제 삼으면서 주주제안 내용이 안건으로 논의되지도 못한 바 있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막고 물러나게 한다면 대내외적으로 큰 성과를 낸 것으로 보여줄 수 있다. 투자자들에게도 성과를 냈다고 보여줄 수 있다.
그럼 KCGI는 어떤 전략을 취할까. 업계에서는 지난해 1월20일께 발표한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기초로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KCGI는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을 선임하기 위한 임원추천위원회, 지배구조위원회, 임원 보수를 책정하는 보상위원회 등을 설치하고 호텔 및 리조트 사업을 구조조정해 부채비율을 줄일 것을 제안했다. 여기에는 항공기 부품 제작 및 정비 사업부를 분사한 뒤 상장시키고 항공기 및 엔진 보유 방식을 바꾸자는 내용도 있었다. 다만 이런 내용을 한 번에 관철시키기는 힘들다. 주총에서 한진칼 이사회(사내이사 2인과 사외이사 4인)에 영향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을 비롯해 사외이사인 이석우 법무법인 두레 변호사의 재선임에 반대하고 KCGI가 추천하는 사람을 앉힐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KCGI가 이번 연대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은 물론 반도건설이라는 든든한 SI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한다. 언젠가는 엑시트를 해야 하는데 반도건설이 KCGI의 지분을 받아줄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KCGI가 한진그룹에서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느냐에 따라 향후 다른 기업에 대한 투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를 위해 극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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