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롭게 공장을 세우거나 기계에 투자하는 중소·중견기업에 총 4조5,000억원을 1.5%의 초저금리로 대출해주기로 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금리가 낮아 정책을 수행하는 국책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을 해줄수록 부담이 커지게 됐다고 지적한다. 특히 IBK기업은행은 주식이 거래되는 상장기업으로, 일반 소액주주도 많은데 은행 수익성에 부담을 주는 정책을 펴는 것이 맞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조 단위의 당기순이익을 본 국책은행이 어려운 경기 상황을 감안해 동참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우선 이번 정책은 지난해 말 범정부 합동으로 발표된 ‘2020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것으로 지난 2일 금융위원회가 주축이 돼 ‘설비투자 붐 업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됐다. KDB산업은행과 기은이 각각 2조원, 한국수출입은행이 5,000억원을 중소·중견기업 신규 설비투자에 저리로 대출해주는 것이다. 기업 신용도 등에 따라 다르지만 최저 연 1.5%로 대출이 실행된다. 보통 국책은행이 중기 등에 저금리 대출을 해주지만 이번 프로그램은 금리가 0.8~1%포인트 낮다. 금리가 파격적으로 낮아 국책은행 수익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어 일단 올해만 한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공장부지 등을 구매하거나 분양받은 기업의 시설투자 △해외시설의 국내 이전에 따르는 시설투자 △소재·부품·장비사업에 대한 시설투자 등이 대출 대상이다.
이에 대해 반대하는 측은 아무리 국책은행이라지만 손해를 보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정부가 국책은행의 팔을 비트는 격이라고 주장한다. 산은·수은은 모두 정부와 유관기관이 100% 지분을 갖고 있어 정부가 정책방향을 정하면 따를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기은은 올해 1·4분기 현재 소액주주 등 기타주주 지분이 38.1%나 돼 산은·수은보다 민간 성격이 강하다. 소액주주의 수는 6만8,918명(2018년 말 기준)인데, 이들이 은행 수익에 부담을 주는 정책을 펴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 앞서 한국전력 소액주주들도 지난해 7월 한전이 적자를 기록하고 주가가 장기하락하자 이를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으로 보고 한전 이사진, 정부 부처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이 정책 도입을 강하게 주문했고 금융위가 번번이 난색을 표했지만 결국 수용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찬성하는 쪽도 목소리를 낸다. 국책은행이 최근 몇 년간 수익을 올렸는데, 이를 경제 활성화에 활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지난해 설비투자가 7.6% 감소해 금융위기 때인 2009년(-9.6%) 이후 10년 만에 최악을 기록한 마당에 국책은행이 어려움 극복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은은 지난해 1조7,000억원, 수은도 4,000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산은 역시 2018년 2조5,098억원, 2017년 4,39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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