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일 내놓은 대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차단하고 관광·숙박 등 내수업종의 충격을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피해 업종의 법인세 등 세금징수를 유예하고 세무조사는 잠정 중단하는 한편 일감이 쏟아지는 방역 물품공급 업체에는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기로 했다. 또 수출 통관관리 기준을 강화해 마스크, 손 소독제의 국외 대량 반출도 차단한다.
정부는 이날 신종 코로나 사태 대응을 위해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세정·통관 지원 방안을 확정했다.
우선 국세의 경우 신종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에 대해 법인세(3월 확정신고)와 부가가치세(4월 예정신고) 신고·납부기한을 최대 9개월까지 연장하고 이미 고지된 국세에 대해서도 최대 9개월간 징수를 유예한다. 관광·여행·음식·의료·숙박업 등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대상이다. 확진 환자가 발생·방문한 지역과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이 수용된 지역(아산 경찰인재개발원 등)의 납세자도 포함된다. 이들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는 중단하고 이미 조사가 진행 중인 건에 대해서도 납세자의 신청에 따라 연기하거나 중지한다.
지방세의 경우 신종 코로나 확진자·격리자에 더해 확진자 방문으로 휴업에 돌입한 업체에 대해 신고·납부기한을 최대 1년 연장하고 징수와 세무조사를 유예한다. 또 각 지방자치단체장이 필요성을 인정할 경우 지방의회 의결을 거쳐 지방세를 감면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중국으로 물량을 수출하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국세 환급금이 발생할 경우 법정 지급 기한(2월27일)보다 열흘 앞당겨 지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중국 내 공장폐쇄로 원부자재 수급과 수출에 차질이 발생한 업체의 경우 최대 1년 범위 내에 관세 납기연장·분할납부를 무담보로 지원하고 피해기업이 신청한 관세환급은 당일에 환급 결정 또는 지급을 한다. 아울러 국세청은 본청과 전국 7개 지방국세청, 125개 세무서에 ‘신종 코로나 세정지원 전담대응반’을 설치·운영한다.
정부는 물품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주 52시간 근로제와 관련한 예외 규정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현안점검회의에서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 제품 생산업체가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할 경우 관련 위생용품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즉시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특별연장근로는 사용자가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일시적으로 근로자가 법정 노동시간 한도인 주 52시간을 넘겨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해당 근로자 동의와 고용부 인가를 받아 활용할 수 있다. 고용부는 재해·재난 등에만 인가해온 특별연장근로를 지난달 31일부터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에 대해서도 인가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중국산 물량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 부품회사들에 대해서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자동차 부품회사 31곳은 지난 3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재로 열린 긴급 수출동향 점검회의에서 주 52시간제 완화를 요청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홍 경제부총리는 이날 전남 목포 현장방문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 현지 공장이 가동돼서 부품이 국내에 들어와야 생산이 이뤄지는데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밸류체인이 약화할 수 있다”며 “이번 주나 다음 주에는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수요가 급증하는 마스크와 손 소독제의 해외 반출을 차단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마스크, 손 소독제를 200만원어치 또는 1,000개를 초과해 국외로 반출할 때 간이수출 절차를 정식 수출절차로 전환해 대량 반출을 막기로 했다. 또 수출심사 때 매점매석이 의심되면 통관을 보류하고 고발을 의뢰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이미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가격이 급등한 이후에 나온 뒷북 대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세종=나윤석·박준호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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