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발생한 광주 21세기병원에서 고위험군 환자들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16번째 확진자와 같은 층을 쓴 23명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이 병원에 격리돼 있다.
보건당국은 고위험군 환자들을 1인 1실로 격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곳에 격리된 환자 A(57)씨에 따르면 실제로 1인 격리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격리자 대부분은 다인실을 포함해 기존에 머물던 병실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병원 측은 환자를 1인실로 옮기기 위한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질병관리본부의 지시가 내려오지 않아 1인실로 옮기지 못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A씨 등에 따르면 고위험군 환자들은 병실 간 출입이나 환자 간 접촉을 통제하는 관리자가 한 명도 없어 무방비로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인실의 경우 샤워실과 화장실이 없어 공동 샤워장과 화장실을 함께 쓰고 있으며, 심지어 마실 물이 떨어져 대부분은 복도 한쪽에 놓인 공동 정수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병원 청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화장실은 휴지가 널려있고, 휴지통에 든 쓰레기도 제때 처리되지 않는 등 비위생적 환경이 계속되고 있다고 A씨는 전했다. 이에 더해 화장지나 치약, 세면도구 등 생필품이 보급되지 않으면서 격리된 환자들은 이중고를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감염병으로 격리를 했으면 적어도 생필품을 제대로 보급해주고 환경을 위생적으로 유지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신종코로나) 환자가 아닌 사람을 여기에 붙잡아 놓고 있다가 되레 병에 걸리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저위험군 환자로 분류돼 광주 소방학교생활관(기숙사)에서 임시 격리 생활을 하는 31명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으로 1인 1실을 받아 단독 생활을 하고 있다. 다만 정형외과 치료를 받다가 온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많아 1대 1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들을 도울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문제가 제기되자 보건당국은 뒤늦게 광산구 공무원을 21세기병원에 투입해 환자들을 관리토록 하고, 자원봉사를 신청한 20여명은 소방학교 생활관에 투입할 방침이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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