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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20년째 폐업 중' 쌈지는 왜 맨날 부도 정리 중일까?[WHY]







길을 걷다 한번 쯤 보았을 이 전단지. “30년 전통의 토종브랜드 쌈지가 부도 정리전으로 최대 90%까지 세일 중!’

‘이거 분명 초등학교 다닐 때에도 본 것 같은데 아직도 정리 중이라고?’, ‘대체 재고가 얼마나 남아있는 걸까?’하는 의문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데요. 어릴 적 쌈지 지갑, 가방 등 악세사리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긴급 정리, 마감 할인’을 외치며 ‘폐업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죠. 재고를 털어내고 털어내도 죽지 않는 잡초처럼 폐업 장사를 이어가고 있는 이 기업. 도대체 정체가 뭘까요.

1993년 ‘레더 데코’라는 가죽제품 가방 업체로 출발한 쌈지는 한국의 정서가 담긴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90년대 중후반에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천호균 대표는 쌈지의 성공 이후 1995년에는 놈(NOM), 아이삭(ISSAC), 그리고 1997년에는 딸기(DALKI)라는 브랜드를 잇따라 선보였죠. 특히 ‘딸기’는 국내는 물론 대만과 홍콩 등 동남아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그 결과 쌈지는 5년만인 1998년 순이익 20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쌈지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까지 매장을 입점시키고 2000년에는 국내 패션잡화 업체 최초로 일본 백화점에 브랜드가 입점해 꾸준하는 등 빠르게 성장했죠.



이후 레더데코는 회사의 이름을 쌈지로 바꾼 뒤 다양한 문화 사업에도 발을 들였는데요. 1999년부터 인디 음악 페스티벌인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일명 쌈사페)’을 정기적으로 지원했으며 2004년에는 인사동에 ‘쌈지길’, 그리고 파주에 ‘딸기가 좋아’ 테마파크를 오픈했습니다. 이후 2007년에는 영화제작사를 인수해 ‘무방비도시’, ‘인사동 스캔들’ 등의 영화 제작에도 참여하며 문화 사업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2009년, 천 대표는 주식회사 쌈지의 매각을 결심하게 됩니다. 공격적인 투자가 결과적으로 경영에 부담이 됐기 때문입니다. 천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유행 브랜드를 넘어 좀 더 의미 있는 브랜드로 전환하고, 회사 덩치도 커져서 매각을 결심했다”고 말이죠. 그런데 이 과정에서 쌈지를 인수한 회사가 쌈지의 상표권를 무분별하게 판매하면서 쌈지의 상표권은 여러 사람의 손에 들어가게 됩니다. 쌈지란 이름으로 등록된 상품권을 하나하나씩 다 쪼개서 판 것입니다. 특허청 확인 결과 주식회사 쌈지의 상표권은 ‘쌈지’, ’쌈지 맨’, ‘쌈지 스포츠’, ‘착하게 살자 쌈지’, ‘쌈지 마켓’, ‘SSAMZIE’ 등 여러 개로 나뉘어있습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쌈지’ 제품들은 기업이 매각되는 과정에서 팔린 상표권의 일부를 가진 사람들이 생산한 제품인 셈이죠.





이와 별개로 인터넷에선 흉흉한 소문이 떠돌기도 합니다. (자막 캡처) “쌈지 잘 나갔는데. 회장님이 갑자기 죽고, 부인이 운영했나 하는데. 애들은 어리고… 밑에 임원진 몇이 돈 싸들고 중국으로 튐. 그래서 망함. 상표권이 팔리고 여기저기에 보세에 붙어서 막 쓰이는 거라고…”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쌈지의 아버지 천호균 대표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천 대표는 현재 2010년에 설립한 주식 회사 ‘쌈지 농부’를 통해 ‘농사는 예술이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도시 농업에 도전해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농사의 가치를 알리고 대중과 자연을 이어주는 것이 목표라고 하는데요. 또한 천 대표는 본인이 가진 쌈지의 상표권 중 일부를 ‘슬로우바이쌈지’라는 기업으로 재탄생시켜 친환경 소재 사용 및 최소한의 공정 과정을 실천해 핸드백과 지갑 등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우리 추억 속의 주식회사 쌈지는 사라진 지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쌈지 브랜드를 단 제품들이 아직 우리 곁을 맴돌고 있긴 하지만 말이죠. 그러나 쌈지사운드페스티벌, 인사동 쌈지길, 그리고 귀여운 딸기 캐릭터는 현재까지도 쌈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다양한 문화 사업을 펼쳤던 쌈지가 이제는 ‘쌈지 농부’를 통해 건강한 먹거리 문화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김한빛 인턴기자 one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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