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검찰 내에서 수사와 기소 주체를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발언에 환영의 뜻을 나타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해 “다시 그가 등장했다”며 날선 비판을 내놨다.
진 전 교수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추미애씨가 게속 무리수를 남발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어용검사들 동원해 기를 쓰고 정권실세들에 대한 기소를 막았다.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은 모두 좌천시켰다”고 지적한 뒤 “해괴한 논리와 새빨간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공소장 공개를 막았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마지막 카드로 꺼내든 것이 수사검사와 기소검사의 분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진 전 교수는 “이 경우 수사검사가 열심히 수사를 해도 기소검사가 그냥 기소를 안해 버릴 가능성이 생긴다”고 적었다.
진 전 교수는 또 “검찰개혁은 이미 물 건너갔다. 검찰개혁의 취지는 원래 검찰을 권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기구로 만드는 것이었다”면서 “하지만 실제 저분들이 하는 짓은 그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추미애씨는 초법적인 조치로 검찰의 칼날이 살아있는 권력을 향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고 비판의 수위를 끌어올렸다.
아울러 진 전 교수는 추 장관의 방침에 대해 옹호하는 글을 남긴 조 전 장관을 직접 겨냥했다. 진 전 교수는 “추미애는 인형이고, 복화술사는 조국이다. 물론 그도 다른 맥락에서는 또 다른 인형에 불과하겠지만”이라면서 “다시 그가 등장했다. 겉으로는 추미애를 칭찬하는 듯하지만, 실은 이 모두가 내 작품이란 점을 분명히 해두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진 전 교수는 그러면서 “‘죽은 권력엔 날카로운 칼날, 산 권력엔 무딘 칼날을 들이대온’ 검찰을 바꾸는 게 그들이 추진하고, 또 많은 국민이 지지했던 ‘개혁’의 방향이었을 텐데 그 개혁의 결과는 ‘죽은 권력엔 날카로운 칼날을 대면서도 산 권력엔 무딘 칼조차도 들이대지 못하는’ 검찰로 귀결됐다”면서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추 장관은 11일 열린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내부에서 수사와 기소 판단의 주체를 달리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추 장관이 이 같은 복안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검찰이 직접수사하는 사건의 경우 수사를 한 검사가 기소까지 결정하는 현행 시스템에서는 기소하는 쪽으로 편향된 결정을 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추 장관은 “검찰에서 주요 사건을 직접 수사해 기소하는 경우 중립성과 객관성을 잃을 수 있어서 그것을 확보하기 위한 내부적 통제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 전 장관은 같은 날 추 장관의 기자간담회가 끝난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경찰에게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검찰에게 일정 범위 내에서 직접수사권을 인정한 수사권조정법안이 패스트트랙을 통과했지만 궁극적 목표는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하는 것으로 나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은 “이러한 궁극적 목표에 도달하기 이전이라도 검찰 내부에서 수사와 기소 주체를 조직적으로 분리해 내부통제를 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시도가 될 것”이라면서 “이는 법개정 없이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 장관님께 박수를 보낸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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