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가 현 정부를 비판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동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표하며, 문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글에서 김 부장판사는 “나는 문재인 정권의 출범에 즈음해 새로운 정권의 성공을 희망했고, 문 대통령이 표방한 ‘사람이 먼저다’라는 기치에 걸맞은 새로운 한국사회의 탄생을 기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3년여가 지난 현재에 이르러 그동안 천명해 온 문재인 정권에 대한 지지의 의사를 철회하기로 결심했다”며 “이른바 권력의 핵심이 저지른 ‘조국 사태’에 대해 합리적인 이성에 따라 숙고했음에도 문재인 정권은 ‘정권 비리’가 아니라고 강변했고, 국정을 운영하는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마음의 빚’을 운운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조국 교수가 ‘어둠의 권력’을 계속 행사할 수 있도록 권력의 메커니즘이 작동시키도록 방조하는 행위가 과연 민주 공화정을 근간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얼마나 큰 해악이 되는지 한 번쯤이라도 생각해 봤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모르는 가운데 그런 언행을 했더라도 그 자체가 국정 수반으로서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 스스로 그러한 비헌법적인 상황을 알면서 그런 언행을 했더라도 두 가지 모두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이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대통령 자신이 대한민국의 국민들 앞에 ‘조국 민정수석’이라는 한 개인을 놓아둔 셈으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기를 포기한 것에 다름 아니다”고 규정했다.
그는 이러한 현 상황이 “권력 설계자인 조국 교수와 그가 주축이 된 ‘문빠(문 대통령의 팬덤)’라는 집단에서 비롯됐다.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음모론적인 설계를 감행하고 실천한 장본인이 조국 교수이고, 2인자 계층은 그것이 민주주의 원리에 어긋난다는 점을 알면서도 달콤한 자리 제안에 현혹돼 수많은 민주주의자를 ‘총알받이’로 희생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는지 의문”이라며 “그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유일한 ‘선(善)’이라고 간주한다면 이것이 더는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주장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판사는 “만약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위와 같은 생각을 하고 행동했다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교육받은 나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그런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를 수호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므로 대통령직에서 하야하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김 부장판사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검찰 고위직 인사를 두고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답변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의 반응도 없었고 어떤 판사가 이야기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정은기자 seyo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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