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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1~2시간 줄서 마스크 달랑 5개 사... 이게 나라냐"... 곳곳 한숨. 자조만

마스크 공공유통 첫날 현장 가보니

판매 두 시간전부터 수십명 대기줄

시간 갈수록 불어나 수백명이 장사진

가족 줘야 한다며 자신은 안쓰고 아껴

"이게 뭔 난리냐’ 불만도 터져 나와

"그나마 마스크 구한 게 다행" 자조도

27일 서울 목동 행복한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마스크를 사기 위해 시민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이틀째 마스크를 못 구했습니다. 정부는 시중에 푼다고 하는데 그 많은 마스크가 대체 어디로 간 것입니까.”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마스크 품귀를 해소하기 위해 중소기업 제품만 파는 행복한백화점 등 공적채널을 통해 대대적인 판매에 나선 27일. 서울 목동의 행복한백화점 4층에는 마스크를 구하려는 인파로 북적였다. 이른 아침이지만 이미 긴 줄이 이어졌다. 마스크 5장을 막 산 김모(68)씨는 핸드폰에 대고 다급한 목소리로 부인에게 “얼른 와서 마스크를 사라”며 재촉했다. 김씨는 “우리 집에 3명이 같이 살고 있다”며 “자식들을 줘야 한다”며 맨 얼굴로 백화점을 빠져 나갔다. 마스크를 사기 너무 어렵자 자신은 맨 얼굴로 다니더라도 자식 만큼은 코로나19로 부터 보호하겠다는 진한 부정(父情)이 작용한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산하기관 중소기업유통센터가 행복한백화점에서 마스크를 판매한 첫 날인 이날 박모(43)씨는 다른 외국계 대형마트에 들렀다가 마스크를 구매한 후 다시 이 곳에 도착했다. 오전 9시부터 줄을 섰다는 박씨는 “코스트코에 갔더니 새벽부터 300명이 줄을 서 있었다”며 “식구가 5명인데 전에 사놓은 마스크가 동이나 발품을 팔면서 조금씩 마스크를 사고 있다”고 말했다. 메뚜기처럼 마스크를 파는 장소를 찾아 가능한 물량을 하루 하루 산다는 것이다.

박씨는 “이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식구들이 쓸 마스크를 구입할 수가 없다”며 “과거처럼 온라인을 통해 대량구매가 어려워 발품이라도 팔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특히 박씨는 1인 5장만 구입할 수 있다고 해서 딸을 대동해 다른 줄을 서서 각각 차례를 기다리는 진풍경도 연출했다.



10시가 넘어가자 대기인원은 갑자기 불어나 건물 밖으로 길게 줄이 만들어 졌다. 급기야 중기유통센터는 판매개시 시간을 오전 11시에서 30분 앞당겼다. 초등학생 딸과 함께 온 최모(47)씨는 “인터넷 쇼핑몰이나 공영쇼핑 등서 마스크를 구매하려고 했지만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며 “정부가 마스크를 푼다고 해 기대를 하고 왔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지자 매대 직원들의 손길은 더 바삐 움직였다. 4~5명은 마스크를 건네고 2~3명은 마스크를 봉투에 담고 나머지는 마스크 박스를 가지러 가기 위해 분주했다. 1,500여평 규모의 4층 매장의 절반을 한 바퀴 감는 줄이 만들어졌고 이 줄은 다시 매장을 가로지르는 줄로 길게 이어졌다. 줄을 선 시민들은 ‘마스크 하나 사려고 이게 무슨 난리냐’며 자조 섞인 얘기도 흘러 나왔다.

1시간을 기다렸다가 겨우 마스크를 손에 넣은 한모(58)씨는 “겨우 5개만 구입할 수 있다니 (몇 시간을 허비한 것에 비하면) 너무 적은 게 아니냐”며 불만을 터트렸다. 집에서 20~30분 차를 타고 나와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겨우 마스크 5개를 구할 수 있는 현실을 놓고 “이게 나라냐”라는 자조가 나올 법한 상황이다.

한씨는 그나마 지난 해 미세먼지 때문에 온라인으로 마스크를 대량 구매해 놓은 게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마스크 5개를 담은 포장을 들고 “내일 또 와야지 별 수 있느냐”며 집으로 향했다. 옆에 서 있던 박모(40)씨도 “마스크를 (5개라도) 구해 안심”이라며 매고 온 가방에 마스크를 담았다.

중기부는 오프라인 판매는 중기유통센터를 통해, 온라인 판매는 공영쇼핑을 통해 매일 확보한 마스크를 마진없이 1,000원선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중기유통센터는 28일까지 판매할 17만여장을 확보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17일부터는 공영쇼핑을 통해 200만장을 풀 계획이다. 하지만 시중의 마스크 품귀 현상이 쉽게 잡힐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별로 없어 보인다. 마스크를 구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품팔이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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