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남북관계 경색 때 북한 고위당국자들이 대남 비난 담화를 낸 적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백두혈통’이 직접 자신 명의의 담화를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김여정은 김 위원장의 친동생이자 2018년 초 평창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남한과 대화의 물꼬를 튼 메신저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청와대에 대한 북한 김정은 정권의 분위기가 격앙돼 있으며 그만큼 남북관계가 더 엄중해졌다는 얘기다. 북한의 추가 도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의 도발이 거듭되는데도 정부는 한마디 경고도 못하고 있어 답답하다. 되레 ‘김여정 담화를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거나 ‘담화는 물론 발사체를 쏘아 올린 것도 내부결속용’이라며 북한 감싸기에 바쁘다. 이 와중에 통일부는 올해 업무보고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밝힌 남북 보건 분야 및 접경지역 협력, 북한 개별관광 추진 세부계획 등을 제시했다. 개별관광 등에 대해 북한은 아무런 호응이 없는데 정부만 계속 고집하고 있다.
이러니 대북 짝사랑으로 국론을 분열시킨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남북관계 진전 성과에만 매달리는 정부를 지켜보는 국민은 불안하다. 특히 남북관계는 고장난명(孤掌難鳴·외손뼉만으로는 소리가 울리지 않는다)이라고 한다. 앞에서는 미소 짓고 돌아선 뒤 미사일·말폭탄으로 도발하는 북한의 두 얼굴 실체를 직시하고 할 말을 제대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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