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스포츠 빌런' 미워할 수만은 없네

룰위반 발뺌 골프계 밉상 리드

'사기꾼' 맹비난에도 우승 행진

다혈질 UFC간판스타 맥그레거

사인 훔치기 스캔들 MLB휴스턴

안티 많은만큼 흥행·성적도 좋아

패트릭 리드. /AFP연합뉴스




한 메이저리그 팬이 시범경기 중에 휴스턴 선수단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쓴 메모를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코너 맥그리거. /출처=UFC


미국 골프채널의 TV쇼를 진행하는 유명 해설자 데이비드 페허티는 최근 “패트릭 리드(미국)의 우승은 신이 없다는 증거”라고 독설을 날렸다. 리드는 지난해 12월 경기 중 연습 스윙을 하는 척하면서 볼 뒤의 모래를 치우다가 라이 개선으로 2벌타를 받았다. 하지만 리드는 룰 위반이 아니라며 잡아뗐고 이때부터 리드는 골프계의 대표적인 ‘밉상’이 됐다. 관중에게 사기꾼 소리를 들을 만큼 거의 모두가 등을 돌렸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게 지난달 말 또 한번의 우승을 챙겼다.

리드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8승을 올린 강자다. 30세가 되기도 전에 특급 대회인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에서 두 차례나 우승했고 최고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트로피도 가지고 있다. BBC는 리드에 대해 “열정과 재능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빌런(villain·악당)”이라고 표현했다.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주인공과 대적하는 빌런이 있는 것처럼 스포츠에도 영웅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료와 관계자·팬들의 비난과 야유를 먹고사는 빌런들이 종목마다 꼭 있다. 리드와 함께 요즘 가장 많이 구설에 오르는 빌런은 개인이 아니라 군단이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휴스턴 애스트로스 관련 기사나 소셜미디어 게시물에는 “타이틀을 반납하라”는 댓글이 반드시 달린다. 지난 2017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무효화해야 한다는 팬들의 주장이다. 휴스턴은 더그아웃에서 쓰레기통을 두드리는 방식으로 상대 투수의 볼 배합을 타석의 동료에게 알려주는 사인 훔치기가 적발돼 큰 파문을 몰고 왔다. 이후 단장과 감독이 옷을 벗었지만 선수에 대한 징계는 내려지지 않았다. 이에 팬들이 트로피 박탈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프로농구(NBA)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미국)까지 나서 “스포츠 전체의 명예가 걸린 문제”라며 미온적인 MLB 사무국의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종합격투기 UFC의 간판스타 코너 맥그레거(아일랜드)도 빼놓을 수 없다. 거침없는 입담으로 상대를 도발하고 미디어의 관심을 끄는 그는 경기장 밖에서도 사고뭉치로 불린다. 길에서 자신을 찍는 한 팬의 휴대폰을 뺏어 산산조각 내는가 하면 술집에서 주먹을 휘둘러 피소된 적도 있다. 하지만 세 체급에서 모두 KO승을 거두는 등 화려한 기량에 안티팬만큼 열성팬도 많다.

스포츠에서 빌런을 필요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맥그레거는 2017년 프로복싱 무패 챔피언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미국)와의 이색 복싱 대결로 UFC에 관심이 없던 스포츠팬들에게까지 UFC를 널리 알렸다. 건방질 정도의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맥그레거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성사되기 힘든 경기였다는 평가가 많다. 이탈리아프로축구 AC밀란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스웨덴)도 상대 선수에게 발길질을 하거나 마음에 안 들면 팀 동료도 폭행하는 말썽꾼이지만 마흔을 코앞에 두고도 정상급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 자신을 신에 빗댈 만큼 자기애가 강한 그는 인터뷰 때마다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다.

물론 악행의 도가 지나쳐 쓸쓸한 결말을 맞은 경우도 있다. 중국의 수영 영웅이던 쑨양은 도핑 검사를 회피한 혐의로 최근 자격정지 8년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그는 2018년 혈액 샘플을 망치로 부수고 검사보고서를 찢어버리는 등 검사원들의 활동을 방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쑨양은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지만 스포츠계는 그의 선수생명이 사실상 끝났다고 보고 있다.

한편 NBC스포츠는 “심판들은 논란이 될 만한 단 한번의 판정으로 언제라도 빌런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다”며 각 종목 심판들을 스포츠 빌런 후보에 올리기도 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