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초·중·고교 사교육비 지출이 10년만에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공적 돌봄 서비스에 불신을 갖고 있는 부모들이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면서 학생당 월평균 학원비는 처음으로 30만원을 돌파했다.
10일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초중고생 사교육비 총액은 전년 대비 7.8% 증가한 20조9,970억원이었다. 이는 2009년 21조6,000억원을 기록한 뒤 201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사교육비 총액은 2016년부터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사교육을 받은 학생의 비율을 의미하는 ‘사교육 참여율’도 74.8%를 기록하며 2018년보다 1.9%포인트 올랐다. 학교급별 참여율은 초등학생 83.5%(0.9%포인트 ↑), 중학생은 71.4%(1.7%포인트 ↑), 고등학생은 61.0%(2.4%포인트 ↑)였다.
이번 조사에서 초등학생 사교육비가 총 9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원 늘어난 점이 특히 눈에 띄었다. 증가율을 계산하면 11.8%로 정부가 사교육비를 조사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가장 높았다. 중학생과 고교생 사교육비 총액은 각각 5조2,554억원과 6조1,819억원으로 전년(4조9,972억원과 6조1,819억원) 대비 5.2%와 4.2% 늘었다. 지난해 초중고생 사교육비에서 국어·영어·수학 등 ‘교과’ 사교육은 15조4,052억원을 차지했고 음악과 미술 등 ‘예체능과 기타’ 사교육은 5조4,274억원이었다.
초중고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7년 연속 증가하며 지난해 전년 대비 10.4% 늘어난 32만1,000원을 기록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30만원을 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년 대비 증가율도 역대 최고였다. 실제 사교육을 받은 학생만 놓고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계산하면 42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7.5% 상승했다. 학교급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초등생 29만원, 중학생 33만8천원, 고교생 36만5천원으로 각각 전년과 비교해 10.3%, 8.4%, 13.6% 올랐다.
소득이나 지역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도 확인됐다. 월평균 소득이 800만원 이상인 고소득 가구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53만9,000원으로 월평균 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가구(10만4,000원)의 5.2배였다. 시·도 가운데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45만1,000원으로 제일 많은 서울과 18만1,000원으로 가장 적은 전남의 격차가 2.5배였다.
교육부는 소득이 늘고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부모들이 아이들에 대한 교육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학교가 제대로 된 돌봄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사교육비가 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초등학교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이용률은 지난해 58.7%로 전년 59.3%보다 0.6%포인트 떨어지며 2년 연속 하락했다. 또 입시제도가 자주 바뀌면서 중고등학생을 둔 학부모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학원에 보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뚜렷한 사교육비 증가 원인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학부모 입장에서 자녀들이)능력을 갖출 수 있길 원하는 마음에서 학원에 몰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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