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보라매병원과 동부병원 선별진료소는 의료진과 검사를 받는 사람이 있는 공간이 아크릴 벽으로 나뉘어져 있다. 의료진이 있는 공간(양압진료실)은 외부 공기가 들어오지 못하고, 피검사자가 있는 공간(음압검사실)은 실내 공기가 외부로 나가지 못한다.
의료진과 환자 모두 코로나19 검체 채취 등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염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세이프티 가드 선별진료소’다. 아크릴 벽에는 의료진이 피검사자의 검체를 채취할 수 있는 장갑이 달려 있어 의료진이 우주복 처럼 생긴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하지 않고도 안전하고 신속하게 진료 및 검체 채취를 할 수 있다. 두 공간을 나누는 아크릴 벽이 ‘글러브-월(Glove-Wall)’로 불리는 이유다. 검체 채취 후 피검사자가 머문 공간만 소독하면 돼 소독시간도 단축됐다.
양압진료실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은 비닐 가운과 N95 마스크 등 필수 보호구만 착용하고 근무한다. 보라매병원 선별진료소에 근무하는 김민정 간호사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레벨D 방호복을 장시간 착용해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체력 소모가 심했다”며 “(지난달 10일) 글러브-월 설치 후 피로가 덜해졌고 방호복을 입고 벗느라 검사가 지연되는 일도 사라졌다”고 했다.
보라매병원의 글러브-월 시스템은 서울시 산하병원과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벤치마킹하고 있으며 보호장비 절감, 검사시간 단축 등 효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 모바일 문진표 작성 후 생성되는 QR코드로 병원 출입이 가능한 ‘모바일 문진 서비스’도 도입했다.
서울시 동부병원도 기존 선별진료소를 ‘세이프티 가드 선별진료소’로 개조해 운영하고 있다. 의료진과 피검사자는 진료 및 검체 채취 때 투명한 벽을 통해 대면하며 인터폰으로 대화한다. 채취된 검체는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피검사자가 냉장고에 넣고 뒷정리까지 한 뒤 검사실 밖으로 나가면 된다. 동부병원은 선별진료소 내 대기공간도 검사실과 마찬가지로 음압시설을 하고 타인과 2m 거리를 유지할 수 있게 설계해 감염 우려를 최소화했다.
김석연 병원장은 “양압진료실에서는 마스크와 고글 정도로 충분해 의료진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다”며 “선별진료소 운영이 장기화할 경우 의료진의 레벨D 방호복 착용 빈도가 줄어 방호복 수급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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